- "경제 성장했지만 각 부문 부조화
- 파이 키우고 공정한 분배룰 필요"
- '5·24 해제'·개성공단 재가동 주장
정운찬(사진) 전 국무총리는 21일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려면 반드시 '동반성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11기 국제 부울경 아카데미 제1주 차 강사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우선 동반성장을 '부자 것 빼앗아서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시각을 경계했다. 그는 "동반성장은 있는 사람 것을 억지로 없는 사람에게 넘겨주자는 뜻이 아니다. 전체 파이를 크게 키우고 분배의 룰을 공정하게 바꿔서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게 근본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0이고 부자들에게 50, 가난한 이들에게 50씩 분배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먼저 GDP를 110으로 늘린 다음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해 분배 비율을 '54 대 56' 또는 '53 대 57'로 조정하는 게 공정성장이라는 논리다. 정 전 총리는 "공정성장이 실현되면 누구도 손해 볼 것 없이 함께 잘사는 기반이 조성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에 공정성장은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정 전 총리는 "한국의 경제 성장은 일부 대기업의 수출에 의존했다. 이 때문에 중산층은 무너지고, 서민은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우리 경제가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각 부문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대가를 지금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지배구조 개선과 경제력 집중 억제를 통해 부자·대기업의 성장 효과가 아래로 잘 흐르도록 하는 '낙수효과', 중소기업·비정규직 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분수효과'를 선순환적으로 결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 전 총리는 통일 역시 동반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그는 "통일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남북 간 경제력 격차가 커질수록 통일 비용도 커진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북한 경제가 성장해 남한과의 격차가 완화되는 길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2010년 이후 계속된 '5·24 조치'를 점진적으로 해제하고, 중단된 개성공단도 재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정 전 총리는 서울대 교수와 총장을 거쳐 2009년 9월~2010년 8월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현재는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권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