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秋 "국민 목소리 잘 경청해달라"
- 李 "먹고사는 문제 부탁하겠다"

- 박지원과는 야권 통합 신경전
- 이승만·박정희 묘소 참배 '예우'
- 박 대통령에 5·18행사 참석 당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공식 업무 첫날 '민생과 통합'을 기치로 내걸면서도 '선명 야당'으로의 지향을 숨기지 않았다.

	새누리당 이정현(오른쪽)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만나 악수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용우 기자

'민생과 통합'은 수권정당으로서 안정감과 책임을 의식한 것이라면 선명성은 여당과 확실히 차별화하겠다는 뜻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벌어진 당내 비주류와 간극을 줄이면서 대여공세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추 대표는 29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가진 첫 상견례에서 '가시 돋친 웃음'을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58년 개띠지만 저보다 12년 먼저 국회의원이 된 왕 선배님"이라고 추 대표를 예우했다. 이에 추 대표는 "제 목소리를 국민의 목소리로 생각해 잘 경청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만은 부탁을 많이 하겠다"고 응수했다.

두 대표가 '국민의 목소리'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로 주고받은 대목은 향후 여야관계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추 대표는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선 야권 통합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박 비대위원장의 '야권 공조' 제안에 추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이 꼭 통합하라는 말씀인데, 통합해야만 힘이 생기고 통합해야만 국민에 대해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깊은 뜻"이라며 '야권 통합'으로 맞섰다. 박 위원장은 "처음부터 한 방 먹이는데…"라고 응수했다.

민생과 통합을 토대로, 여당과 확실히 대립각을 세우면서 선명야당으로서 국민의당과 야권경쟁에서도 우위에 서겠다는 추 대표의 구상은 앞서 열린 당 회의에서도 확인된다.

추 대표는 이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고 민생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그는 두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국민이 하나 되라는 것이 시대의 과제"라고 했고, 방명록에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고 썼다.

추 대표는 이날 첫 최고위회의에서 "역사적 평가는 있는 그대로 써야 하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갖추는 게 통합하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연속 3년이나 불참한 5·18 운동 기념식과 제주 4·3 추념식에 참여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정부는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법통인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 역사를 부정하고 현재를 부정하는 것이고, 또한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역사를 정권의 논리로 함부로 만지려 해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추 대표는 취임 후 첫 현장 방문 일정으로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선택했다. 다만 경선 기간 명확히 반대 입장을 밝혔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