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가 부동산매매 의혹 등 빠지고 강제 수사권 없어 요식행위 불과
- 野, 8월 초까지 자진사퇴 압박

대통령 직속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는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실. 특별감찰관은 이날부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감찰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특별감찰관은 권력형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의 친족,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을 감찰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도입됐다. 검찰을 감독하는 민정수석을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라 우 수석이 특별감찰관의 1호 감찰 대상이 됐다.

그러나 특별감찰관은 현 직책 이후의 비리만 조사할 수 있어 우 수석 의혹의 핵심인 처가 부동산 매매,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한 '몰래 변론' 의혹 등은 제외된다. 따라서 진경준(49·구속) 검사장 승진 당시 우 수석의 인사검증 과정과 우 수석 아들의 '꽃보직' 논란, 우 수석 처가의 가족회사 재산 축소 신고 여부 등만 조사한다.

정치권에서는 특별감찰관 제도는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권이 없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 수석 사퇴 압박 여론에 떠밀려 관계자를 사실관계 확인을 하는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게다가 감찰을 맡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임명할 당시 우 수석이 인사검증을 맡았던 점을 고려하면 감찰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특별감찰관은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별검사팀의 특검보로 활동한 경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3월 특별감찰관으로 임명됐다. 당시 특검은 전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 수사 결과를 뒤집고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 전·현직 직원 3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는 기소에서 제외해 '미진한 수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특별감찰관이 특별감찰관 후보 3인 중 여당 몫 추천 후보인 데다 박 대통령이 선호하는 공안검사 출신이라는 점 등을 봐서도 특별감찰 결과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특별감찰관은 26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 사무실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법에서 정한 대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우상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다음 달 초까지 자진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야당은 시간벌기용, 세탁용 감찰이라고 질타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우 수석에 대해 "늦어도 8월 초까지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이제는 국회가 나서겠다"며 "국회 차원에서 민정수석 의혹을 밝히는 절차를 거치겠다"고 경고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뒷북감찰이고, 검찰 수사 시간벌기용"이라고 비판하며 "의혹의 핵심인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조사가 빠진 감찰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지적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전형적인 세탁용 감찰, 우병우 민정수석을 세탁하기 위한 특별 감찰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