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쟁점법안 처리 때마다 장기 대치
- 법안 1만건 폐기, 가결률 43.21%
- 민생은 뒷전…특권 포기 말로만
'국회 선진화법' 첫 시행으로 기대감 속에 출범했던 19대 국회는 결국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쓰고 오는 29일 임기를 마친다. 19대 국회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린 개정 국회법이 처음으로 적용돼 과거와 같은 폭력사태는 없었지만 '막말' '갑질' 논란이 끊이질 않았고, 여야 정쟁으로 민생·경제 법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면서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진화법 시행으로 예산안을 비롯한 쟁점 법안 처리 때마다 물리적 충돌은 사라졌지만, 오히려 해답 없는 여야의 대치가 길어지면서 효율은 극도로 떨어졌다.
박명호 한국정당학회 회장은 "동물국회 대신 식물국회가 일상화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는 '국회법 파동'에서 보듯 과반의석을 가진 거대 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에 머무르고, 야권은 강경투쟁 방식을 고집한 탓이다. 제도는 선진화됐는데 운영하는 의원들이 못 따라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2012년 출범한 19대 국회는 시작부터 원 구성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한 달 가까이 문을 열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조사를 두고 옥신각신하면서 150일간 법안처리가 '0건'에 그쳤다.
국정원 대선 개입,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세월호 참사 등 쟁점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국회는 멈춰 섰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파행으로 151일간 사실상 국회 기능이 마비됐고, 테러방지법 관련 필리버스터는 9일간 192시간 25분이 진행돼 세계 최장 기록을 세웠다.
야당이 추진했던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여당이 추진해온 노동개혁 4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쟁점 법안을 포함해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은 1만여 건에 이른다. 19대 국회 법안 가결률은 43.21%(1만7779건 제출법안 중 7683건 처리)에 그쳤다.
여야가 정쟁과 계파 싸움에 몰두하면서 국민의 삶을 챙기는 '민생 국회'는 더욱 멀어졌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가습기 살균제 문제 등 대형 사고들이 터졌지만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했고, 후속 대책 법안들은 휴지통에 버려졌다.
불체포 특권 남용 방지, 세비 삭감 등 국회의원 특권 포기는 다시금 무성한 말 잔치로 끝났고, 국회의원 징계안 39건은 단 한 건도 의결되지 못했다. 그나마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과 역대 국회가 미뤘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킨 것은 19대 국회의 몇 안 되는 결실로 꼽힌다.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을 겪은 진보정당에는 수난시대였다.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이 시발이 됐던 통합진보당 사태는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의혹으로 이어졌고, 2014년 말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