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철 단골공약 신공항 유치
- 野가 현 정권 내 착공 내걸자
- 시간 끌던 與도 공동대응 제안

- 폐선부지 상업개발 野 반대 천명
- 입장표명 없는 與 대응에 촉각
- 무상급식·해수담수화도 숙제로

부산지역에서 25년간 이어진 새누리당 독점 구도가 깨지면서 여야 정책 대결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그동안 가덕신공항 유치 등 현안에 관해 '변두리'에서 목소리를 낼 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했다. 또 여당은 야당의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4·13총선을 통해 지역에서 국회의원 5명을 배출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부산시당은 이미 가덕신공항 건설에 관해선 여야를 떠나 협의하기로 한 만큼, 양당이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상과 타협의 정치'를 선보인다면 지역의 해묵은 현안들도 돌파구를 찾을 전망이다.

물론 국정을 논하고 큰 정치를 해야 할 국회의원이 지나치게 지역에만 매몰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지만, 각 지역구 의원이 공약한 현안만큼은 여야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확인했듯, 유권자들은 지역 밀착형 정치인에게 표를 몰아줬다.

■신공항 정부에 공동 대응

총선이 끝나자마자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가덕신공항 유치를 위해 여야가 정부에 공동 대응할 것을 더민주에 제안했다. 오는 6월 입지 선정 용역 결과 발표를 앞뒀지만, 최근 신공항이 또다시 정치 논리에 휩쓸릴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용역 결과 발표가 미뤄지거나, "부산 가덕도 좋고, 경남 밀양도 좋다"는 식의 결론이 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공항은 참여정부 때 논의가 시작돼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선거 때마다 정치적으로 이용당했다. 그동안은 신공항 무산 책임론이 여당에 집중됐지만, 이젠 더민주도 이 같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민주는 이번 총선에서 "부산에서 5석만 얻으면,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에 가덕신공항 착공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더민주가 말한 5석의 의미는 정부가 신공항을 정치 논리로 이용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방어선'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텃밭 부산의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는 데 놀라 신공항 건설 약속을 더는 어길 수 없다는 주장이다.

어쨌든 부산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가덕신공항 건설을 목표로 정부에 공동 대응 전선을 형성할 것이 분명하다. 새누리당 시당은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고, 더민주 시당은 부산부활추진본부를 출범시키고 1호 과제로 신공항을 선택했다. 여야가 정부를 상대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또 새누리당과 더민주 중 어느 쪽이 가덕신공항 유치에 더 선명하고 많은 공을 세울지에 따라 내년 대선을 맞을 지역 민심의 향배도 달라질 수 있다.

■갈등 조정이냐 폭발이냐

굵직한 현안 가운데 여야의 팽팽한 대치가 예상되는 것은 또 있다. 우선 한국철도시설공단과 부산시가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미포~송정(4.8㎞) 구간에 상업개발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더민주는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동해남부선을 오롯이 시민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상업개발 대신 공공개발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게 더민주의 견해다. 더민주는 오래전부터 시당 산하에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공공개발 특별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이번 총선 때도 미포~송정 구간을 낀 해운대갑 야당 후보 전원은 상업개발 반대와 폐선부지 시민공원 조성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폐선부지 상업개발을 놓고 특별한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레일바이크 설치 반대, 상업개발 최소화 등을 언급할 뿐이다. 따라서 부산 여야는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를 어떤 식으로 보존·개발할 것인지 시급히 의견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 무상급식도 뜨거운 감자다. 더민주는 총선에서 중학교 전 학년 의무급식을 공약했다. 이에 더해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아침급식을 제공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애초 부산교육청은 올해 중학교 1학년 의무급식을 시행하고, 연차적으로 전 학년으로 확대하려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시의원들의 강한 반대로 무산됐다. 의무급식에 반대해온 새누리당은 교육청이 반영한 예산을 중학교 전 학년 급식비 보조금으로 전환했다. 내년에도 의무급식을 강행하려는 진보 성향의 김석준 시교육감과 새누리당 시의원들의 격렬한 충돌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부산 여야가 하루빨리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기장군민의 갈등을 폭발시킨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도 여야의 정치력을 시험하는 과제다. 더민주는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반대하는 반면 새누리당 지역구 당선인은 "주민 동의 후에 통수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 권혁범 기자 pear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