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부산 사하구 다대동 사하을 선거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 벽보.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당과 상관없이 뽑아줄 거다"
- 조 의원 당 갈아타기에도 지지
- 배신감 토로하는 유권자도
- 오 후보 성실한 태도에 호감

부산 사하을 선거구는 지난 세 번의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보기 드문 선거구로 통한다. 이곳 주민들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면서도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조경태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야당 지지자 역시 조 의원을 밀며 지역 야권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런 조 의원이 지난 1월 더민주를 탈당해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파격적 행보였던 만큼 다른 곳에 견줘 사하을의 민심은 뚜렷하게 엇갈린다. 조 의원 외에 더민주 오창석 후보, 국민의당 배관구 후보, 정의당 유홍 후보, 무소속 안중영 최지웅 후보 등 5명이 더 뛰고 있지만 이렇다 할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일단 새누리당 지지자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인물을 보고 선택했지만 지지 정당과 배치돼 찜찜했다는 얘기다. 김진표(65·다대동) 씨는 "조 의원이 일 잘하는 거 모르는 주민이 있나. 그동안 새누리당이 아니라 찜찜했는데 이참에 와서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그는 "더민주에서 홀대하니 옮긴 건데 철새로 부르는 건 부적절하다"며 조 의원 편을 들었다.

장림골목시장 상인 김창석(46·신평동) 씨도 "나도 그렇고 우리 시장 사람들은 다 조경태다. 당에 상관없이 뽑아줄 건데, 새누리로 오니 더 좋다"며 "오창석 후보도 열심히 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던데 아직 인지도가 낮아서 이번엔 힘들지 않겠나"고 말했다. 장림골목시장 김득만(59) 상인회장은 "조 의원이 주민과 시장 사람에게 정말 잘했다"며 "우리 시장에도 더민주를 지지하는 호남 사람이 많은데 두터운 관계 덕분인지 조 의원이 당적을 바꿔도 뽑을 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심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 세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보냈던 신뢰가 통째로 사라져버렸다는 얘기다. 투표를 거부하겠다는 유권자도 있다. 최재호(48·장림동) 씨는 "이번엔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동안 뽑아줬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 법이 어딨느냐"며 "더민주의 공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정미숙(여·56·다대동) 씨도 "너무나 배신감을 느낀다"며 "그동안 부산에서 야권의 힘을 보여주는 선거구에 산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엄청나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정 씨는 "조 의원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알지만 반대 의사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꼭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의 독주 분위기이지만 더민주 오 후보의 고군분투는 상처받은 야당 지지자의 마음을 나름대로 움직이고 있다. 뒤늦게 중앙당 공천으로 지역에 온 오 후보는 세월호 참사 당시 팽목항을 지킨 팩트TV 아나운서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인물이라 모르는 주민이 더 많지만 예의 바르고 성실한 태도로 유권자에게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오 후보를 지지하는 신민철(48·다대동) 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그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조 의원의 독주로 인지도가 낮은 게 안타까워 주변에도 앞장서서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씨는 "크게 바뀌어 버린 지역 분위기에서 야당 지지자가 더욱 결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밖의 후보에 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았다. 특별히 지지 정당이 없는 윤지혜(여·26·다대동) 씨도 "조 의원과 오 후보 외엔 잘 모르겠다"며 "공약을 보고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으면 당을 가리지 않고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 사하을 후보 이력 이름 정당 나이 직업 조경태 새누리당 48 국회의원 오창석 더불어 민주당 29 정당인(전 팩트 TV 아나운서) 배관구 국민의당 28 정당인(전 사하구의원) 유홍 정의당 51 해피에셋 대표 안중영 무소속 56 자유업 최지웅 무소속 43 사회단체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