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부산 부산진구 어린이대공원 앞에 부산진갑 선거구 새누리당 나성린·더불어민주당 김영춘·무소속 오승철 후보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4·13총선을 앞두고 부산의 선거 현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둘 것이란 예상과 달리 경쟁이 치열한 격전지가 나타나면서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후보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대결이 치열한 선거구를 찾아 민심을 들어봤다.

- 새누리 나성린, 시장 등서 지지
- "박 전 대통령 은혜 잊으면 안돼
- 바꿨다가 실망하면 더 못 참아"

- 더민주 김영춘 연지·초읍서 호감
- "국민을 봉으로 보는 與 마뜩잖아
- 나 후보, 온실 속 정치 하는 듯"

부산 부산진갑 선거구는 이른바 '여당 깃대만 꼽으면 따놓은 선거구'였다. 이런 아성에 맞서 재선 국회의원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고향에서 당선돼 지역주의를 깨보겠다"며 두 번째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는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36% 득표율로, 나성린 후보에게 3500여 표 차이로 아깝게 지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5일 오후 둘러본 부산진갑 민심은 김 후보에 관한 동정론에 따라 엇갈렸다. 김 후보가 사는 연지동과 초읍동은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에서 몇 년째 동분서주하는 김 후보에 대한 호감이 뚜렷했다. 연지동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최원진(59·사무직) 씨는 "서울에서 재선 의원을 했는데도 새누리 텃밭인 부산에 출마하겠다고 한 것은 대단한 용기다. 이에 반해 나 후보는 비례대표를 지낸 뒤 지난 선거 때 전략공천을 받고, 이번에 다시 공천을 받아 온실 속에서만 정치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곁에 있던 주부 최미영(32) 씨는 "새누리나 더민주나 기성 정당은 마음에 안 든다. 김 후보는 평소 주민과도 스스럼없이 지내지만, 나 후보는 눈을 잘 마주치려 하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국민을 봉으로 보는 것도 마뜩잖다. 어떻게든 바꿔야 한다"고 거들었다.

초읍동 어린이대공원에 봄놀이를 온 이유나(여·28·양정동) 씨는 "지난 선거에도 김 후보를 지지했다. 최근 새누리의 공천 사태를 보고 올해도 같은 선택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지동과 초읍동을 벗어나자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60대 이상인 노인들이 자주 오가는 곳인 부전시장에서 만난 이들은 나 후보에 관한 지지가 우세했다. 과일 노점을 하는 김순녀(여·74·초읍동) 씨는 나 후보, 정확히는 새누리당을 지지했다. 김 씨는 "지금 아무리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먹여 살려준 은혜를 잊으면 안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가 우리를 이만큼 잘살게 해줬다. 젊은이도 무조건 1번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가 경제 전문가인 데다 당내 입지가 탄탄한 점도 선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양복점에서 옷을 맞추러 왔다는 김무열(49·부암동) 씨는 "새누리당이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더민주를 찍는다고 변화가 있겠느냐. 김 후보도 좋지만 나 후보가 훨씬 지역을 발전시켜줄 수 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이유를 묻자 그는 "지난 선거 때 야당 대표주자인 문재인 후보가 사상구 국회의원이 되면 큰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며 "김 후보 역시 당선이 되면 '야당 험지에서 당선됐다'며 당내 입지를 굳히려 지역이 아닌 중앙 정치에 훨씬 신경 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감시장에서 만난 박일도(67·일용직) 씨는 "새누리당을 찍어서 실망하면 그러려니 하지만, 더민주로 바꿨다가 실망하면 참을 수 없을 것 같다"며 "김 후보가 새누리당 소속이었으면 계속 뽑아줬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양 진영 모두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나 후보 측은 "지지율에 이어 오늘 선거토론을 하면서 정책과 식견에서도 우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측은 "여론조사 결과는 추정치일 뿐이다. 지난 선거 때보다 유권자들 반응이 훨씬 호의적이어서 이번에는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부산진갑 후보 이력 이름 정당 나이 직업 나성린 새누리당 63 국회의원 김영춘 더불어 민주당 54 정당인(전 16·17대 국회의원) 오승철 무소속 58 대한 인성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