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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
# 더민주
- 국민의당과 차별화 제1野 각인
- 흐지부지 중단으로 한계 절감
- 기대 컸던 지지층 반발도 부담
# 새누리
- 일부 반발 여론에 고전했지만
- 테러방지법 무수정 처리 관철
- 野심판론 힘얻을 거란 평가도
테러방지법 표결 저지를 위한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2일 오후 종료되면서 여야의 득실계산이 주목된다.
47년 만에 재등장한 필리버스터는 지난달 23일 오후 7시6분 시작된 이후 38명의 의원들이 장장 192시간25분간 계속하는 기록을 세우며 국민의 이목을 끌었다. 탈당사태를 맞아 휘청거리던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필리버스터를 지속하면서 '약자'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점도 더민주 입장에서는 큰 소득이다. 박영선 의원을 비롯한 일부 토론자는 노골적으로 4·13총선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테러방지법과 관련한 야당의 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할 수 있었다는 점도 큰 성과였다는 게 더민주의 주장이다. 더민주는 이를 통해 지지층을 한층 결집시켰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오랜만에 야당다웠다는 찬사도 이어졌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국회방송 인터넷 의사중계 시스템 접속자 수는 5만~10만 건으로 평소보다 10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휴일인 지난 1일에도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필리버스터를 보려는 시민의 줄이 길게 이어지기도 했으며 외신도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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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국회에서 마지막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하며 울먹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 이용우 기자 |
더민주 김기준 원내대변인은 "정치에 관심이 덜했던 야권 성향 시민이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더민주는 특히 필리버스터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던 국민의당과 확실한 차별성을 부각시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제1 야당 경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필리버스터는 더민주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확실한 '한 방'이 되었다는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대표가 이날 '야권통합'을 전격 제안한 것도 이 같은 자신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른 한편에선 필리버스터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가운데 '발목 잡는 야당'이라는 인식이 짙어졌고, 필리버스터의 명분인 테러방지법 수정이 불발된 채 흐지부지 끝나 역효과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테러방지법이 총선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가 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당 일각에서는 떠들썩하게 필리버스터를 해 놓고 결국 테러방지법은 한 글자도 고치지 못한 채 물러선 데 대해 '야당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지지층의 반발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김 원내대변인은 "시민·사회단체나 젊은 지지층에서 이번 중단 결정에 실망했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이런 지적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야권의 과제"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을 수정 없이 처리하는 '실리'를 챙겼다. 야당에 투쟁의 장을 마련해줘 전투에서는 고전했지만, 전쟁에서는 승리했다는 자평이다.
그동안 야당에 본회의장 발언대를 내주었던 새누리당은 필리버스터에 대한 집중조명으로 더민주가 이득을 본 듯하지만, '침묵하는 다수'는 오히려 새누리당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새누리당은 법안 처리라는 국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민생 정당', 더민주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민생의 발목을 잡는 정당이라는 프레임이 굳어져 여당에 유리한 구도로 흐르면서 '야당 심판론'이 힘을 얻을 것이란 게 새누리당의 평가다.
당내에선 필리버스터가 더민주에 '역풍'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야당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한 지난달 23일 이후 실시된 한국갤럽의 2월 마지막 주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42%로 일주일 전과 같았고, 더민주 지지율은 20%에서 19%로 내려갔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2일 KBS 라디오에 나와 "더민주는 '유능한 경제정당'이라는 프레임으로 총선에 임하려고 하는데, 너무 국정 발목 잡기에만 매진했다는 인상도 함께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김경국 기자 thrk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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