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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밤 파주 자유로 일대에서 군용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했으며 이에 우리 군도 서부전선에 대비태세를 강화하면서 남북긴장이 고조되고 있다.연합뉴스 |
- 南과 줄다리기 실익없다 판단
- 30분 시한 주고 전격 발표는
- 자산 볼모 삼아 협상나설 속셈
- 박 대통령 향해 막말 쏟아내
- 남북관계 단절 수순 분석도
북한이 11일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한 지 하루 만에 신속하고 기습적으로 공단 내 우리 측 자산을 전면 동결하고 남측 인원을 추방하는 초강수를 택하면서 남북 간 대결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북한이 설비 물자 제품을 비롯한 공단 내 모든 자산을 전면 동결함에 따라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 비핵화 타협 불가 판단
북측은 이날 동결된 자산은 개성시인민관리위원회가 관리하게 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내 정부와 민간이 투자한 자산 규모는 1조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2010년 초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회담이 결렬됐을 당시에도 투자액 기준 4841억 원에 달하는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자산을 몰수·동결한 바 있다.
개성공단이 영구 폐쇄될 경우 북측은 근로자 임금으로 지급되던 연간 1억 달러(약 1200억 원)의 소득원을 잃게 되며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 5만4000명과 가족 수십만 명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처럼 경제적 타격이 예상됨에도 북측이 신속한 대응을 보인 것은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조건으로 비핵화나 그에 준하는 조치를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정권의 사활을 걸고 핵무장을 추진 중인 만큼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해 비핵화 문제로 남측과 줄다리기를 해서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과감한 조치에 나섰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측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설비를 임의로 이용해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위원은 "북측이 입주기업들의 설비로 중국기업 등의 주문생산을 받거나 설비를 타 지역으로 반출해 손해를 벌충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남측 근로자의 추방 시한을 불과 30분 남겨둔 5시께 관련 내용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은 개성공단에 남겨진 기업자산의 반출문제 등을 둘러싼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5월의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개성공단 문제로 남측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남북관계 냉전 회귀
북한이 이날 조평통 성명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막말을 서슴지 않은 것을 놓고 개성공단 영구폐쇄 및 남북관계의 단절 수순을 밟아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성명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대결악녀', '머저리', '얼간망둥이' 등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표현을 사용했다.
현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2년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아 더 이상 대화나 접촉을 하지 않아도 북한이 크게 잃을 것이 없다고 판단해 초강경 입장을 보였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앞으로 북한이 대남관계에 있어서 더 극단적이고 강경한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커 남북관계는 파탄 위기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남북의 조치를 두고 주요 외신들은 남북 화해의 마지막 보루였던 개성이 새로운 냉전의 최전선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는 기업들 소식을 전하면서 "1990년대 햇볕정책으로 태동한 개성공단은 지난 10여 년간 남북한 화해의 마지막 흔적이었으나 (이번 조치로) 냉전의 최전선으로 회귀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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