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6일 핵실험을 한 지 한 달 만에 인공위성으로 포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을 예고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랭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일 국제해사기구(IMO)에 오는 8∼25일 지구관측위성 '광명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했다. 정부는 3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경한 대북 압박에 나섰다. 북한은 지난 다섯 차례 장거리 로켓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핵탄두를 실어나를 수 있는 장거리 로켓 발사로 간주하고 있다. 장거리 로켓에 무엇을 탑재하느냐에 따라 인공위성 발사체와 장거리 미사일로 구별할 수 있지만 로켓 기술은 동일하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인공위성 확보 목적이라고 해도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다.

북한이 '수소탄 시험'으로 선전하는 4차 핵실험 한 달여 만에 장거리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할 경우 국제사회에 핵무기 능력을 과시할 수 있어 이를 토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D-데이는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 전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북한이 IMO에 통보한 발사 날짜는 오는 8일에서 25일 사이, 발사 시간은 매일 오전 7시에서 낮 12시(평양시간 기준)이다.

오는 12~15일 예상되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직후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나온 뒤 새로운 도발에 나서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어찌 됐든 북한이 이달 중 미사일 도발까지 감행하는 것은 오는 5월 초로 예정된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의 '강성대국' 치적을 쌓으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통보한 추진체 낙하 예상 지점은 1단계 동체는 서해, 로켓 첨단부는 제주도 남서 해역, 로켓 2단계는 필리핀 루손 섬 주변 태평양 지점이다. 2012년 은하 3-2호 때와 비슷한 궤적으로 사거리도 1만3000㎞ 이상으로 전망된다. 1만3000㎞ 이상이면 미국 동부 지역까지 타격권에 들어간다.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응한 제재 수위를 놓고 온도 차를 보여온 주변국들의 외교전도 보다 복잡한 국면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2일 평양을 방문한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북 기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도에 제동을 걸고 위기 국면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중국의 대북 외교력에 관심이 쏠린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달 '수소탄' 핵실험 이후 도발 수단으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려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오는 5월 노동당대회가 열릴 때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려 '군사강국'을 완성하려는 의도"라면서 "방북 중인 우다웨이 대표가 얼마나 운신의 폭을 보여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편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성 대신은 북한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이 일본의 영토·영해·영공에 들어오면 즉시 요격하도록 '파괴조치 명령'을 자위대에 내렸다고 이날 발표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이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