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에서 청년 투표를 독려하는 '체인지 2012 청년유권자 경남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 모습. 국제신문DB

- '깃발 꽂으면 당선'정서 여전
- 특정 인물 기댄 마케팅 변질
- 후보 대신 당간판 눈에 띄어
- 자질 꼼꼼히 따져 공약 평가

'대략 난감'. 4·13총선을 앞두고 유권자가 느끼는 감정이다. 총선이 석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는 사라졌고 야권은 탈당으로 어수선하다. 인물과 정책이 사라지고 당 간판만 도드라진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

정치권이 혼란에 빠졌지만 일부 후보는 특정 정당 간판 아래로 모여 줄서기 바쁘다. 이는 영남과 호남 등에 '특정 정당의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정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부산 역시 이런 '깃발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17개 지역구 전체를 장악했고 17대와 18대에서도 지역구 1개를 제외한 나머지 17곳을 같은 정당이 차지했다. 사정은 울산과 경남도 비슷하다. 결국 특정 정당이 오랜 기간 한 지역을 장악하면서 정책과 인물을 앞세운 정당 경쟁보다 당내 공천 싸움이 더 치열해졌다.

깃발론은 특정 인물에 기댄 마케팅으로 발전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는 친박(친박근혜), 민주통합당 후보는 친노(친노무현)를 앞세워 표심에 호소했다. 특히 친박은 이번 총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박(진짜 친박)과 가박(가짜 친박), 원박(원래 친박), 복박(복귀한 친박) 등으로 다양하게 진화했다. 이런 마케팅에 대해 후보만 탓할 수 없다. 일부 유권자가 후보보다 특정 인물만 보고 투표하는 성향도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나서야

이제는 똑똑한 유권자가 나설 때다. 유권자가 당 간판과 특정인 마케팅에 흔들리지 않고 자질과 정책을 검증한다면 후보도 정책의 중요성에 눈뜰 수밖에 없다.

우선 자질 부분에서 함량 미달이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후보는 걸러내야 한다. 실제 지난달 20일 선관위에 등록한 총선 예비후보 42명 가운데 14명이 1건 이상의 전과 기록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들의 전과 중 시국사건 등 이념과 무관한 것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역 현안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는 경계해야 한다. 지난 총선 공약을 보면 산복도로 5개 차선으로 확대, 원전 모두 폐쇄, 매년 세금 10% 삭감, 국회의원 300명에서 200명으로 축소와 3선 금지 등 황당한 공약들이 줄을 이었다.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지역구별로 후보들의 정책을 정리해 유권자들에게 제공한다. 여기에 시민단체도 가세해 후보자들의 공약을 평가하고 정보를 공개한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유권자 스스로 후보자를 검증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인물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현역과 신인을 동일 선상에 놓고 공평하게 기회를 줘야 한다. 특히 예비후보 등록은 정치 신인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선거구 문제가 불거지면서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 예비후보는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어겨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며 "특히 정치 신인에게 타격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