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오는 4월 13일 열리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맞춰 5대 어젠다를 선정했다. 낮은 투표율과 청년들의 외면, 인물과 정책보다 당 간판이 우선인 기존 선거 풍토에 5대 어젠다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를 기대한다.

# 19대 국회의원 선거·법안

- 60세 이상 투표율 68.6%
- 20대 후반은 37.9% 그쳐
- 노인층 법안, 청년층의 4배

# 총선 투표율 갈수록 하락

- 초기 90%대→19대 54.2%
- 부울경 평균보다 약간 높아
- 20·30대 참여율 제고 숙제

■왜 투표율인가

교수신문은 지난해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선정했다. 한마디로 무능한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다는 뜻이다. 혼용무도를 추천한 교수는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러운 자들에게 지배당하는 일"이란 플라톤의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이는 정치에 대한 외면과 불신, 무관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그렇다면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직접적인 참여는 투표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플라톤의 말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정치를 외면하는 것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여길 수 있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대가는 크다. 지난 대선 때 SNS에서 유행한 말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프랑스 대학등록금 싼 것 부럽지? 프랑스 대학생 투표율은 83% 이상이다. 반면 대한민국은 36%쯤 된다. 너희 같으면 대학생 눈치 보겠니?"였다. 이 말의 사실 여부를 떠나 투표율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자.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60세 이상의 투표율이 68.6%에 달했지만 20대는 전반(20~24세)이 45.4%, 후반(25~29세)이 37.9%에 그쳤다. 한 조사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투표율이 높은 노인층을 위한 법안이 청년을 겨냥한 법안보다 4배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회의원 비서관은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연령대를 목표로 정책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역대 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투표율 높은 계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후보가 당선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1920년 여성 참정권이 인정된 뒤 여성을 위한 정책들이 만들어졌으며 1964년과 이듬해 민권법과 투표권법 통과로 흑인들이 투표권을 얻자 흑인을 위한 정책들이 쏟아졌다.

투표가 권리이자 의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 대신 현실적인 부분을 따져보면 투표를 하지 않으면 결국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 투표율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가 된다.

■실제 투표율은

국회의원, 대통령, 지방선거 등 세 개의 선거는 투표율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대통령 선거는 17대(2007년) 63%를 제외하고 항상 70% 이상으로 높았고 1995년 시작한 지방선거는 50% 내외를 유지했다. 투표에 관한 유권자들의 정서를 직접 드러내는 것은 국회의원 선거다. 초기에는 90% 이상 기록할 만큼 엄청나게 높았고 1992년 제14대 선거까지 70% 이상의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그 이후 1996년 15대 선거에서 처음으로 70% 아래인 63.9%로 떨어졌고 18대(2008년)에는 역대 최저인 46.1%로 추락했다.

투표율 하락과 함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연령대별 투표율 차이다. 가장 최근 열린 2014년 지방선거에서 60대가 74.4%의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20대(48.4%)와 30대(47.5%)의 투표 참여는 저조해 청년들의 투표율 높이기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신라대 강경태 국제학부 교수는 "투표율 하락에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모두 담겨 있다"며 "부정적인 면은 투표를 열심히 해도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불신이 쌓이면서 선거 피로감을 느껴 투표율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긍정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낮은 투표율은 대체로 세계적인 현상이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시스템에 의해 국가가 잘 운영된다는 신뢰가 깔려 있어서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여기서 최근 치러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2012년 4월 11일)와 제18대 대통령선거(2012년 12월 19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14년 6월 4일)를 살펴보자. 전국 투표율을 따지면 대통령선거만 75.8%로 높았고 국회의원 선거는 54.2%, 지방선거는 56.8%에 그쳤다. 지역적으로 부산 울산은 사정이 비슷했다. 부산이 국회의원 선거 54.6%, 대선 76.2%, 지방선거 55.6%, 울산이 국회의원 선거 55.7%, 대선 78.4%, 지방선거 56.1%의 투표율을 보였다. 반면 경남은 국회의원 선거 57.2%, 대선 77.0%, 지방선거 59.8%로 다른 지역보다 약간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총선은 예측불허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뒤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지, 아니면 정치 불신을 낳을지 아직 장담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올해도 청년 유권자 참여가 전체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 부산선관위 "불법선거 단속보다 투표율 제고 더 중요"

- 언론·SNS 통해 관심유도 계획
- 선거구별 후보자 정책 서비스도

"불법 선거 단속보다 투표율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은 투표율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면서 귀중한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적인 행사이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 정작 유권자 참여가 적다면 혈세를 낭비하는 꼴이 된다. 선관위는 올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지 않고 대략적인 계획만 세웠지만 핵심은 투표율 끌어올리기다.

선관위는 매체를 가리지 않고 나서서 투표를 독려할 예정이다. 신문과 방송 등 가능한 모든 언론을 동원해 투표 참여 캠페인을 펼치고 SNS를 통해 선거 관심을 유도할 계획이다. 여기에 현수막, 육교 현판, 홍보탑 등 거리 곳곳 눈에 띄는 장소를 활용해 투표 참여를 알릴 방침이다.

무작정 투표에 참여하라고 우기는 것은 아니다. 선거구별로 후보자 정책을 비교해 유권자들이 손쉽게 파악하도록 하고 포털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통해 투표소 위치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선거 참여 취약 계층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해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투표 안내문도 만든다.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사전투표, 선상투표, 재외선거를 처음으로 함께 실시한다는 점이다. 투표일 전에 실시하는 사전투표는 2014년 지방선거, 원양어선 선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선상투표는 2012년 대선, 외국에 체류·거주하는 한국 국적자를 위한 재외선거는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시작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해도 결국 유권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작은 한 표가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투표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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