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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瑞雪·상서로운 눈) 내리는 좋은 날 가셨다" 세대·정파 아우른 마지막 배웅길

영결식 안팎

  •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
  •  |   입력 : 2015-11-26 20:38:26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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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회에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을 마친 운구 행렬이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사저를 들른 뒤 다시 출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국회 앞 추모객 7000여 명 운집
- 베일 속 장남 은철 씨도 참석
- 차남 현철 씨 고개 떨구고 오열

- 동교동계는 안장식까지 동행
-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와
- 권양숙 여사 함께 분향 '눈길'

'서설(瑞雪·상서로운 눈)' 속에서 26일 거행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화합과 통합'의 장이었다. 반세기 민주화 운동의 역경 속에서 힘을 합쳤던 이들도, 한때는 경쟁하거나 대립했던 이들도 '거산'(巨山)의 뜻을 기리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길조 속 마지막 길 떠난 YS

상도동 주민들이 국립현충원으로 향하는 운구 행렬을 지켜보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오후 1시30분께 빈소인 서울대병원을 출발한 운구차는 오후 2시께 슬픔을 가득 싣고 영결식장인 국회에 도착했다. 오전부터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던 눈은 장송곡 연주에 맞춰 눈발이 점차 굵어지더니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김 전 대통령을 기다리던 추모객들의 머리와 검은색 옷에 엷게 쌓여갔다. 그러나 궂은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 7000여 명은 담요와 손난로에 의지한 채 온 마음으로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영결식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던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가 애통한 표정으로 좌석 맨 앞줄에, 그 오른편으로는 장남 은철·차남 현철 씨를 비롯한 유족이 앉았다. 현철 씨와 달리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은철 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빈소를 지키지 못하다 영결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도 중절모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으며 가족의 부축을 받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YS의 민주화 운동 동지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추도사를 하자 영결식장은 무겁게 내려앉았다. 추도사 내내 눈물을 꾹 참던 김 전 의장은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작별 인사'를 건네는 대목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의 얼굴은 봇물 터지듯 나온 눈물로 범벅되고 말았다. 차남 현철 씨는 영결식 시작 때부터 눈시울을 붉히더니 YS의 생전 영상이 나오자 고개를 떨구고 오열했다.

한 초등학생이 YS에게 '학실히'를 정확하게 발음해달라고 주문하자 YS가 '학실히'(확실히)라고 말하는 영상 대목에선 YS의 유머에 영결식장 곳곳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세대와 정파를 초월한 추모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엄수된 26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안장식에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가 하관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영결식에는 YS 상도동계 인사들과 함께 고인의 영원한 동지이자 경쟁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인사도 대거 참석했다. 장례위원에 포함된 이들은 동지로서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 대부분은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일부터 빈소를 지킨 데 이어 영결식과 동작동 현충원에서 진행된 안장식까지 동행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여야 정치인들도 한국 민주화의 큰 산이었던 YS에 대한 추모의 뜻으로 하나가 됐다.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새누리당 원유철·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영결식장에 나란히 앉았다. 진보당 심상정 대표까지 가세해 오랜만에 여야 3당 대표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도 행사에 참석, 이 전 대통령 내외와 함께 고인의 영정에 헌화·분향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영결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장례위원회 고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영결식에는 각국 정부에서 파견한 특사들과 100여 명의 주한외교단이 참석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서울대병원 빈소에는 닷새간 끝없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고인의 인생 역정이 제1 공화국에서 제6 공화국에 이르기까지 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는 만큼 세대와 정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이 빈소를 직접 찾아 영면을 기원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22일부터 영결식 당일까지 서울대병원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3만7400여 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루 평균 약 7480명, 시간당 312명이 빈소를 직접 찾은 셈이다. 이날 오전에만 1700여 명이 조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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