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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박근혜 대통령과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유족이 서울대병원을 떠나는 운구 행렬을 바라보고 있다. |
- 회의서도 주로 듣는 대통령
- 아들 동향 등 민감한 보고에도
- "잘하고 있다, 그게 네 일" 격려
- 상대 인정하는 설득과 타협 펼쳐
- "우리 시대 되새기고 노력해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었던 26일 여야는 '통합과 화합'을 강조했다. 이 두 단어는 의회주의자 YS가 차남 현철 씨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필담'이었다.
하지만 YS가 마지막으로 던진 '통합과 화합'에 대해서도 여야는 시각이 갈렸다. 통합과 화합을 여당은 '국민을 위한 정치'로, 야당은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로 해석했다. 여당은 국정 현안에 대해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데 초점을 맞췄고, 야당은 여권의 독주가 통합과 화합에 역주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YS의 정치적 유산에 대한 여야의 다른 해석, 또 YS의 적통을 자임하는 정치인들에 대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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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와 유족,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이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가장 영결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YS가 이 시대에 남긴 정치적 유산을 몇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 목숨을 건 민주화 투쟁에서 보여준 불굴의 의지,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실시 등에서 보여준 개혁 의지를 거론하지만 모두 담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 모든 유산을 관통하고 있는 YS의 정치적 유산은 '소통'이라는 것이 상도동계 출신 인사들의 설명이다. 민주화 투쟁, 집권 뒤 개혁조치 등은 YS 특유의 소통을 통해 에너지를 하나로 결집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상도동계 인사가 전해준 1993년 초 YS가 대통령이 되고 난 뒤 청와대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는 그가 주변과 얼마나 잘 소통했는지를 보여준다.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 2층에서 내려오던 YS와 당시 최형우 내무장관이 마주쳤다. 최 장관이 큰 소리로 "형님, 형우 왔습니다"하고 손을 번쩍 들자, YS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저 봐라, 내가 시킨 거는 잘하고 있제?"라며 손을 붙들고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YS는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도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참모들이 차남 현철 씨의 동향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보고를 해도 "잘하고 있다. 그게 네 일"이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평생의 맞수'인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경쟁과 협력을 이어온 것도 결국 소통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의견이 갈리고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어도 '대화'를 끊지는 않았다고 한다.
일방적인 주장과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 위기로 볼 수 있다. 상대방과 '소통'할 때 설득과 타협이 가능하고 정치가 생동하고,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
우리 정치는 YS의 '소통'이라는 유산을 승계하고 있는가. 설득과 타협의 정치인 YS를 떠나 보낸 국민은 우리 정치가 더는 "부끄럽다"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