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왼쪽). 이에 맞서 문재인 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같은 날 국회 농성장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학계 반발 집필진 구성 난항 예고
-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채워질 듯
- 교육감·대학생 등 규탄여론 봇물

2017년부터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현행 검정교과서에서 국가가 편찬한 국정교과서로 바꾸는 방침이 3일 최종 확정됐다. 교육부와 산하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이달 말부터 1년간 교과서 집필 작업을 진행한 뒤 내년 12월 감수를 거쳐 2017년 3월부터 적용한다.

■정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최종 확정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확정해 고시했다고 밝혔다. 황 부총리는 "현행 역사교과서의 검정 발행 제도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며 "더는 역사교과서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고 역사교육을 정상화해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국가의 책임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12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행정 예고하고 2일 자정까지 찬반 의견을 받았다. 이후 5일 관보에 교과서 국정화 안을 확정 고시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국정화에 대한 찬반 논란이 계속되자 일정을 이틀 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편은 이달 중순까지 집필진과 교과용 도서 편찬심의회 구성을 마무리한 뒤 이달 말부터 교과서 개발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편은 집필진이 구성되면 내년 11월까지 집필을 끝내기로 했다. 집필이 끝나면 내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감수와 전문가 검토, 인쇄와 보급을 마칠 계획이다. 2017년 3월부터는 학교에 국정화 역사교과서가 보급된다.

■집필진 구성은 어떻게

이번 국정화 논란의 중심이 된 집필진 구성에 관심이 쏠린다. 국편은 집필진을 공개모집과 위촉 방식을 병행해 20∼40명 규모로 구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정화 계획 발표 이후 줄곧 야당과 역사학계의 반발에 부딪혔고 관련 학계의 집단 집필거부 선언도 잇따르고 있어 집필진 구성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역사연구·한국근대사학회 등 대규모 학회에서 불참 성명을 발표한 뒤 지난달 30일에는 제58회 역사학대회를 맞아 소속 28개 학회가 국정 역사교과서 제작 불참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냈다.

이런 추세라면 고대·중세·근현대사 등 시대별 대표 필진 5, 6명을 제외한 나머지 집필자들은 결국 뉴라이트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역사학계는 보고 있다. 현재 국정 한국사 교과서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단체는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형성한 한국현대사학회와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 소속 102명의 교수 등이다.

이번 확정고시 강행에 진보성향 시·도 교육감은 물론 학계, 시민사회단체, 대학생들이 규탄농성에 나서고 있어 파문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성명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다른 관점의 역사 해석을 막는 행위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수십 년간 이룩해 온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인 자율성과 다양성을 전면 부정하는 행위"라며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 정체성을 세울 수 있도록 다른 시·도교육청과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