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왼쪽에서 네 번째) 대통령과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 리커창(뒤쪽 좌석 오른쪽 세 번째) 중국 총리가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한일중 3국 정상회의에서 동북아 3국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반도 비핵화 함께 대응하고
- 3국 정상회의 정례화 합의
- FTA외 디지털 단일시장 추진

- 日 위안부·역사교과서 문제 등
- '역사 직시' 원칙만 재확인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일중 3국 정상회의에서는 3국 간 공동 이익에 부합한 경제협력 확대에 공감하면서도 민감한 과거사 문제 등은 원론적 입장 표명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영토문제 등은 아예 거론되지 않았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도로 3년 반 만에 3국 정상회의가 재개된 상황에서 합의가 쉬운 의제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핵 해결을 위한 공동대응을 재확인하고, 3국 정상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며, 3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하는 등 경제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성과로 꼽힌다.

■북핵 공동대응…3국 정상회의 복원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정상회의 후 5개 항으로 된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한 공동선언'에서 북핵과 관련해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이익에 부합함을 재확인했다"며 "한반도에서 핵무기 개발을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3국 정상은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및 9·19 공동성명상 국제적 의무 이행 ▷한반도 긴장조성 반대 ▷의미 있는 6자회담 재개 노력에 합의했다. 특히 공동선언에 "중국과 일본은 한반도 분단을 평화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고 명시해, 우리 정부의 평화통일 정책에 공개지지를 받아내는 성과로 평가된다.

3국 정상은 "3국 협력을 더욱 제도화하고 대화와 협력의 프로세스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3국 정상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3국은 협력확대를 위해 장관급 협의체를 포함, 50여 개의 정부 간 협의체 및 각종 협력사업이 활발히 추진되도록 장려하고, 장관급 협의체를 포함한 정부 간 신규 협의체 설립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3국 협력 사무국(TCS)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합의했다. 이는 3국 간 다양한 협의체를 통해 민감한 현안을 풀어가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제·사회 협력…문화교류도 확대

이번 정상회의에서 3국 간 FTA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하는 등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3국 FTA는 2012년 11월 3국 통상장관회담에서 협상 개시 선언을 한 뒤 8회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상품·서비스·투자 분야에 대한 이견으로 양허 협상을 개시하지 못한 상황이다.

3국 정상은 RCEP에 대해서도 3국이 주도적인 리더십을 갖고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RCEP는 아시아·태평양지역 내 무역과 서비스, 투자 자유화를 목표로 하는 다자경제체제로 한중일 3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등 16개국이 참여해 협상이 진행 중이다. 3국은 전자상거래 관련 규제와 장벽을 철폐해 15억 명에 달하는 디지털 단일 시장을 구축하기 위한 실무 추진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금년도 글로벌 의제 중 가장 중요한 지속가능 개발의제의 이행과 오는 12월 UN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대기오염 및 황사 분야에서 협력확대와 고위급 북극협력 대화 신설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기오염 물질이나 황사 방지를 위한 공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3국 정상은 "황사 문제를 역내 심각한 환경문제로 인식하고, 3국 간 오염방지 및 통제기술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환경기술의 거래를 촉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국은 또 캠퍼스 아시아, 청년 모의 정상회의 등 각종 교류 프로그램 활성화, 관광교류 확대 촉진을 통해 인적·문화적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원론만 언급

3국정상은 공동선언에서 "항구적인 지역의 평화·안정과 공동번영을 구축하기 위해 경제적 상호의존과 정치 안보상의 갈등이 병존하는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면서도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관련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한일·한중 간에 얽혀있는 위안부 문제와 역사교과서, 영토문제 등에 대해 '적절하게 처리한다'는 원칙만을 언급한 것이다. 공동회견에서 박 대통령도 '역사 직시'를 언급했다. 리커창 총리는 "역사를 비롯한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아베 총리는 과거사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