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합의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일 국회 의원회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문재인 대표와 부산회동 후엔
- 발표문 찍어서 청와대에 보내"
- 일정 전면 취소, 적극공세 전환
- 당 안팎 "유승민 파동 데자뷰"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청와대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간의 갈등이 진실공방으로 비화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 대표는 1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대표와의 지난달 28일 '부산회동'에 앞서 청와대와 미리 상의했지만 청와대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당시 정무수석은 분명히 반대입장을 전했다"고 즉각 반박, 양측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내년 4월 총선 공천방식을 놓고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날 반격에 나섰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여당 대표에 대한 모욕은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공개 경고했던 김 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적극적인 공세로 방향을 설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하고 일정을 전면 취소한 김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안심번호 국민공천제)와 관련해 (청와대와) 상의를 했다"면서 "찬성·반대 의사는 듣지 않았고, '이런 방향으로 지금 이야기를 전개하려 한다'고 상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의 회동이) 끝나고 난 뒤에 발표문을 그대로 찍어서 다 (청와대 측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 측은) 그냥 듣기만 했다"면서 "누구와 통화했는지는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도 답답하니까 이것까지 밝히는데, 나 혼자서 다 한 것처럼 그렇게 (되고 있다)"면서 "없는 사실을 갖고 왜곡해서 자꾸 비난하면 당만 분열되고, 당이 분열되면 선거에 불리해진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여야 대표 간 의견 접근을 이룬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와 관련해 청와대와 친박계가 '대표의 독단적 행보' '절차상 문제' 등을 지적하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또 서청원 최고위원이 이날 회의에서 "김 대표가 이 문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것도 잘못된 것이다"라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김 대표는 "개혁안을 관철하기 위해 당 대표가 노력하는 차원에서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게 잘못됐냐"고 반박했다. 김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고 일정을 전면취소한 것도 적극적인 공세를 위한 '장고 모드'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 불참 이유에 대해 "늦잠을 자서…"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다른 중요 일정에 참석하려는 것을 제외하고 자신이 주재하는 회의에 불참한 것은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김 대표는 이날 오후 비공식 일정으로 잡아뒀던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을 취소했다. 특히 이날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 67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도 불참했다. 이 기념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기 때문에 여당 대표인 김 대표의 불참은 도드라져 보였다. 현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마주칠 경우 어색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우려를 감안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이른바 '유승민 파동'상황이 재현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