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의원 39명 찬성받고도 보류
- 시민연대 "묵직한 주제 경솔했다"

부산시의회가 심의 의결을 거쳐 통과시킨 '조례'는 부산시의 사무에 관해 법령의 범위 내에서 제정하는 법이다. 제정 절차가 엄정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부산시의회에서 의원 절대 다수의 찬성 서명을 곁들여 발의된 조례 개정안이 본회의는 고사하고 해당 상임위에서도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정가로부터 "조례안 발의가 장난인가" "'깜깜이 서명'이라는 낡은 관행이 빚은 시의회의 자충수"라는 등의 빈축을 사고 있다.

문제의 조례안은 복지환경위 소속 최준식(해운대구2) 시의원이 제247회 임시회에 발의한 '부산시 유료도로 통행료 징수 등에 관한조례 일부 개정안'. 해운대신시가지 주민에 종일 또는 출퇴근시간에 광안대교 통행료(승용차 1000원)를 면제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조례안은 해운대신시가지 이외 시민과 형평성 문제가 빚어지면서 최 의원의 지역구 챙기기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조례안에는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 37명과 2명의 야당 시의원 등 39명이 찬성 서명했다. 총 45명 중 발의자를 포함, 전체의 89%(40명)가 찬성한 셈이다.

그러나 관련 상임위인 도시안전위원회(위원장 김흥남)는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고 10월 이후로 보류했다. 8명의 상임위원 중 6명이 찬성 서명을 했고 이해동 의장, 백종헌 원내대표 등 2명의 4선 의원까지 찬성한 발의안이기에 더욱 의외다. 이에 강무길(해운대구4) 부위원장은 "논란이 많아 추가 검토가 필요해 상정이 보류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다른 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내용에 찬성한다기 보다는 최 의원의 읍소를 외면 못 해 서명했다"며 "조례안이 실제 통과된다면 300만 명이 넘는 나머지 시민들의 비난에 시의회가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이 동료 의원들 사이에 없지 않다"고 밝혔다. 또다른 찬성 의원은 "내가 서명을 했던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라며 기억조차 못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지방분권시민연대 박재율 상근대표는 "조례안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는 충분한 검토와 논의도 않고 빗나간 동료의식이 빚은 촌극이며, 묵직한 주제를 경솔하게 다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