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포격 도발로 남북한 군사적 대립이 고조된 가운데 24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열린 입영식 도중 신병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상부 지시 기다리는 대기 길어
- 사전 실무접촉 없었던 것도 한몫

- 김관진-황병서 비공개 독대설
- 합의 막판 조율 아니냐 관측도

- 군사 긴장 완화 의제뿐 아니라
- 이산상봉·금강산 관광 등 협의

남북은 24일 밤늦게까지 사흘째 고위급 접촉을 이어갔다.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 첫 회의를 시작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40시간이 넘는 '마라톤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회를 거듭하고 거센 설전을 벌이는 등 기 싸움도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타결을 위한 막판 진통이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유례없는 회담

같은 날 오후 서부전선 북한군 초소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북한군.연합뉴스

청와대 및 통일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30분부터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접촉을 재개한 남북 대표단은 이날도 밤늦게까지 피 말리는 협상을 계속했다.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10시간 가까이 무박 2일 협상을 벌인 데 이어 이날도 30시간 이상 2차 협상을 이어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회담에서 밤샘협상은 늘 있어 왔던 것이지만, 이번처럼 이틀 연속 밤을 새워가며 논의에 임한 사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마라톤협상을 벌였던 것은 고위급 회담이 북한의 포격 도발로 한반도 군사적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의제 조율을 위해 통상 이뤄지는 사전 실무접촉이 없었다. 이 때문에 양측 수석대표이자 남북의 비공식·공식적 군 서열 1위인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남북관계 현안과 관련 실무를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협의해 풀어나가야 했던 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양측은 각각 서울과 평양으로부터 훈령을 받기 위해 장시간 협상을 멈춘 채 대기하는 상황도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1차 접촉에 이어 2차 접촉에서도 우리 군이 북한의 지뢰 도발을 계기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뢰 도발과 포격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북측의 성의 있는 사과 이전에는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밀도 있는 대화를 위해 김 실장과 황 국장 간 일대일 수석대표 접촉도 협상장이 아닌 평화의집 별도 공간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협상장에서의 남북 간 접촉은 정부가 실시간으로 협상 상황을 알 수 있지만, 별도 공간에서의 접촉은 완전 비공개로 열리는 것이다.

■막판 진통

남북 대표단은 최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황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는 대체로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과정에서 핵심 의제인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과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관련해 일부 진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밤샘 협상이 이틀 연속 진행되자 합의문안을 놓고 조율 중이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었다. 통상 합의문안 도출은 양측이 초안을 제시하고 문안을 조율한 뒤 본국의 훈령을 받아 다시 조율하는 지루한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남북 양측의 인식차가 좁혀진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북 대표단은 북한의 도발로 초래된 최전방 지역의 군사적 긴장 상황 이외에도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등의 남북관계 현안을 폭넓게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의제로는 우리 측에서 주장하는 이산가족 상봉 재개가 우선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라갔을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8·15경축사에서 "연내에 남북 이산가족 명단교환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산가족 상봉 재개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다음 달 중순까지 남한 이산가족 6만여 명의 현황을 파악해 북측에 일괄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천안함 피격사건에 따른 5·24대북제재 조치 해제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의 문제까지도 함께 논의됐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