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사이 균형외교 기조 재확인
- "韓, 중·일에 10월 정상회담 타진"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2~4일 중국을 방문하고 오는 10월 16일 미국을 찾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는 외교일정을 20일 확정했다. 박 대통령이 한반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집권 후반기 정상외교전을 본격화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복잡하게 얽힌 동북아 외교현안을 주도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이 취임 첫 해인 2013년에는 미국(5월)에 이어 중국(6월)을 찾았던 과는 반대로 이번에는 중국에 이어 미국을 방문하게 됐다. 이는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과 '정열경열(政熱經熱)'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가까워진 중국을 상대로 '균형외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 것이다.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중을 상대로 한 한국의 균형외교는 대북공조 및 북핵문제 해결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한발 군사적 위기상황을 억지하는 동시에 실질협력 및 교류에 대한 발전과 강화 약속을 통해 경제적 실익을 챙길 수 있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이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 우리의 역내 외교 주도권 확보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먼저 한중일간 외교전에서 '한국 소외론'을 해소시키는 측면이 있다. 일본이 중국을 상대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면서 우리나라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전격적으로 제안했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낼 경우 동북아 외교전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지난 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아베 담화)가 우리나라와 중국 등 주변국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가운데 중국의 항일 승전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대일 압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할 것이라면서도 열병식 참석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한 것은 동맹국인 미국을 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국이 이번 열병식을 최대한 큰 규모로 거행하면서 자국의 군사력을 세계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상황에서 동북아 패권다툼에서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방중 직전까지 열병식 참석에 대해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이 중국·일본과의 3국 정상회담을 올해 10월 상반기 한국에서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 중국과 일본의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20일 복수의 한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오는 11월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등 국제회의에 앞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관계자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