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믹타(MIKTA) 국회의장단을 접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르보사 멕시코 상원의장, 박 대통령, 구스만 인도네시아 상원의장. 연합뉴스

- 靑 일부러 정 의장 배제 논란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포함한 믹타(MIKTA) 5개국 국회의장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갖기로 한 일정을 외국 국회의장들만 참석하는 접견행사로 바꾼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 논란을 두고 자신과 다른 견해를 내놓은 정 의장을 일부러 청와대 행사에서 배제시킨게 아니냐는 것이다.

믹타는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의 영문명 첫 글자를 순서대로 조합한 것으로, 2013년 9월 우리나라의 주도로 결성된 중견 5개국 협의체이며,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국회의장회의가 열렸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당초 오늘 낮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믹타 회의에 참석하는 5개국 국회의장과의 오찬 간담회가 예정됐으나, 오전 외빈들의 청와대 예방 행사로 대체됐다"면서 "이에 따라 정 의장은 행사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며칠 전 청와대로부터 박 대통령의 다른 오찬 행사가 있어서 믹타 국회의장 오찬 일정을 조정하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오찬은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대신 주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청와대 행사에 자신이 배제된 것과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대통령께서 바쁘시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자꾸 (청와대와) 싸움 붙이려고 하지 말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맞서는 것으로 비춰지는 데 대한 부담감 때문에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지만, 의장실에서는 유감스럽다는 분위기도 흘러나왔다.

의장실 관계자는 "할 말은 많지만 우리가 뭐라 할 수 있겠느냐"면서 "우리측 분위기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해외 4개국 국회의장을 초청한 다자 외교회의체의 중요 일정이 특별한 이유 없이 변경되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일정을 확정하는 단계에서 대통령의 다른 일정 때문에 한시간 넘는 오찬을 소화할 수 없어서 일정 자체가 빠졌었다"면서 "그런데 협의 과정에서 예방, 접견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어 접견으로 대체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박 대통령의 일정은 믹타 의장단 접견 행사 단 한 건이었다. 믹타 의장단 오찬행사를 접견으로 바꿀 수 밖에 없었던 박대통령의 '다른 일정'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