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서청원 "유승민 사퇴 기정사실"
- 김무성 "당 파국사태는 막아야"

- 비박계 재선 20여 명 긴급회동
- 劉 원내대표 사수 세력화 나서
- 계파갈등 전면전 비화 조짐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29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유 원내대표가 국회법 거부권 파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과 "시간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유 원내대표는 "고민해 보겠다"며 장고에 들어갔다. 어떤 형태든 유 원내대표의 거취 결정이 임박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사태로 촉발된 당·청 충돌 은 수습과 확산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김무성 대표는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국회법 개정 문제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오게 된 그런 상황에 대해서 최고위원 모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그는 거부권 정국의 책임론과 관련해 "최고위원들은 이유가 어쨌든 간에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 져야 하고, 그 책임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는 것이 좋다, 당을 위해서 희생을 통한 결단을 부탁한다는 간곡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당 대표로서 어떠한 경우라도 당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 제게 그런 의무가 있다'는 그런 입장을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사실상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의 '유승민 사퇴' 요구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일부는 "유 원내대표에게 시간을 그래도 좀 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는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잘 경청했고 고민할 것"이라며 거취 결정을 유보했다.

하지만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들은 유 원내대표 사퇴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의 거취의 최종 결정과 관련 "최고위에서 할 지, 의원총회를 거칠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비박(비박근혜)계 재선 의원 20명은 유 원내대표 사퇴 분위기가 확산하자 긴급 회동을 갖는 등 본격적으로 '유승민 지키기'에 나섰다. 이들은 회동 직후 성명을 통해 "원내대표는 당헌에 따라 의총을 통해 선출됐고, 최근 당·청 갈등 해소에 대한 약속도 있었다"며 "이런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것을 의원들의 총의를 묻지 않은 채 최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친박계를 겨냥해 "의총 결과를 무색하게 하면서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해 당내 분란이 확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김세연 박민식 신성범 안효대 여상규 조해진 의원 등 7명이 성명에 참여했다.

비박계 3선 중진인 정두언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여당 의원이 뽑은 원내대표를 청와대가 사퇴하라는 것은 과거 군사독재 정부 시절 때의 얘기 같다"면서 "우리 손으로 뽑은 우리 원내대표를 쫓아내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