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 우윤근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왼쪽부터)가 21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주례회동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 새누리, 盧정부 책임론 제기 반격
- "한 정권 두차례 특사 국정 조사를"
- 유승민 "야당 동의땐 언제든 특검"
- 지위고하 막론 철저한 수사 강조

새누리당이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성완종 리스트'의 직격탄을 맞아 궁지에 몰렸던 새누리당은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계기로 최악의 상황을 넘겼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특검 도입과 성완종 파문의 노무현 정부 책임론 등을 제기하며 반격도 본격화했다. 이 총리 외에도 리스트에 오른 7명의 문제가 남아 있어 계속 밀리면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완전히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주재한 원내대책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누차 강조했듯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의혹에 대해 성역없는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다"며 "검찰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야당만 동의한다면 언제든지 특검에 합의하고 준비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새누리당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노무현 정부에서 두 차례 특별 사면을 받은 점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권성동 의원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이 첫 번째 사면을 받은 2005년 5월 15일 당시 문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행담도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두 번째 사면을 받을 당시엔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권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및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정권에서 두 차례에 걸쳐 특사를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해당 정권과 특별한 관계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또 그는 "사면은 법무부 업무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문 대표의 발언은 어처구니 없는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김도읍 의원도 "노무현 정부 당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특별사면된 점과 성 전 회장의 두 차례 특별사면에 공통점이 있다"며 "노무현 정부 때 특이한 가석방과 특별사면은 대상자를 청와대에서 선정해 놓고 단행한 것이란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가세했다. 이어 김 의원은 "성 전 회장의 2차 사면 당시 민정수석인 새정치연합 전해철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요구한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며 "문 대표와 전 의원은 당시 이 전 의원과 성 전 회장의 가석방과 사면의 경과, 배경, 이유 등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새정연 '리스트 8인방' 수사 촉구
- 전병헌 "친박 비리게이트 출발점"
- 의총선 朴 대통령 공식사과 요청
- 심상정 "야당 추천 특검 수용을"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21일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한 다른 여권 인사들에게 과녁을 돌리며 전선 확대에 나섰다.

해임건의안을 앞세운 강공 전략으로 일차 목표였던 이 총리 사퇴를 이뤄냈지만, 야당으로선 다음 수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총리 해임건의안 처리를 둘러싼 복잡한 수싸움에선 자유로워졌지만 오는 29일 재보선까지 '이완구 해임건의안'을 무기로 정국을 주도하려 했던 야당으로선 전략 수정이 시급해진 것이다.

야당은 우선 '성완종 메모 8인방'에 대한 수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이슈를 계속 끌고가는데 주력했다.

당 '친박게이트 대책위' 전병헌 위원장은 "총리의 사퇴는 '친박비리게이트'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공정한 수사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마련된 것"이라면서 "검찰은 8인방에 대한 선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이완구·홍준표는 이번 사건의 곁가지로 개인의 선거자금 관련 문제다"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폭로한 핵심은 2007년, 2012년 불법 대선자금에 관계된 것으로, 3명의 비서실장과 홍문종·서병수·유정복 세 분에 대한 수사로 직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국정 혼란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또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나머지 7인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운영위·안행위 소집에 즉각 응할 것을 새누리당에 요구했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병기 비서실장에 대한 (진상 규명은) 운영위원회에서 먼저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이 총리) 다음은 홍준표 경남지사와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라고 말했다.

다만 야당은 지나친 공세가 정쟁으로 비쳐지며 여론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이 비서실장 등 다른 인사들의 사퇴는 언급하지 않는 등 '수위 조절'에 신경을 썼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 총리의 사퇴는 시작일 뿐"이라며 "성역없는 수사를 위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야당 추천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