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거진 숱한 도덕성 논란 뚫고
- 가까스로 인준 받아 총리 올라
- 비리와의 전쟁 시작 반전 시도
- 성완종 자살하면서 상황 급변
- 거짓 논란 확산되며 사면초가
- 여당마저 등돌리자 결국 '백기'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 1월 23일 후보자 지명 이후부터 지난 20일 밤 사의를 표명할 때까지 87일간 '총리직 사수'를 위해 그야말로 '악전고투'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숱한 도덕성 논란을 뚫고 '만인지상'의 자리를 거머쥐었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결국 무너졌다. 특히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폭로와 리스트가 공개된 지난 10일 이후 11일간은 '가시밭길'이었다.

■막장 청문회 통과

이 총리는 지난 1월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의혹'으로 위기에 처한 박근혜 정부의 '구원 투수'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원활한 원내대표직 수행으로 여당은 물론 야당의 기대감도 높았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이었던 문희상 의원도 "정치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나"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 총리도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되겠다" "국민 야당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히는 등 총리직 수행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검증 국면이 진행되면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아들 병역문제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왜곡된 언론관 등 '비리 종합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불량 완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만신창이'가 됐지만 가까스로 국회 인준을 받았다.

■11일간의 고행길

도덕적 치명상을 입고 제43대 국무총리에 취임한 이 총리는 '부정부패 척결'을 전면에 내세워 '반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자원외교 비리 등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성완종 폭로'와 '리스트'가 지난 10일부터 공개되면서 이 총리를 포함한 8명의 이름이 공개됐다. 특히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 이 총리에게 3000만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모든 관심은 이 총리에게 쏠렸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국회 대정부질문은 '이완구 청문회'를 방불케 했고 거짓말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 총리는 코너에 몰렸다. 이 총리는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초강수를 던졌지만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여기에 성 전 회장이 2013년부터 20개월 동안 23차례 이 총리를 만났다는 내용의 비망록도 공개됐다.

이 총리는 거센 사퇴 압박에도 "흔들림없이 국정을 수행하겠다"고 버텼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순방 직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면담에서 이 총리 거취에 대해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하면서 거취 결정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물러나지 않으면 귀국 이후 경질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연일 압박 강도를 높였고 여당 내 사퇴 요구도 갈수록 확산하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