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사의를 표명한 이완구 국무총리를 대신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정부패 척결을 외쳤던 이완구 국무총리는 '사정대상 1호'로 전락, 사실상 '최단명 총리'로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 2월 17일 취임한 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20일 밤 전격 사의를 표명하기까지 이 총리는 실질적 재임 기간이 63일에 불과하다. 오는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 후 사표가 공식 수리되더라도 두 달 남짓만에 물러나는 셈이다. 제1공화국과 제2공화국의 과도기에 65일간 재임했던 제6대 허정 총리를 제외하면 이 총리의 재임기간이 가장 짧게 기록될 전망이다.

이 총리는 출발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 직전까지 몰릴 정도로 이르는 호된 신고식을 치르더니, 인사청문회 도입 이래 최저 임명동의(찬성률 52.7%)로 통과, '턱걸이 총리'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취임 이후 이 총리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입은 상처를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지만 잇따라 무리수를 뒀다.

그는 지난 2월 17일 취임 일성으로 "책임총리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힌 뒤 당일 기자들과의 티타임에서는 "이번 개각 때 임명 제청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강조, 실세총리로서의 존재감을 확인받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3월 12일에는 긴급 총리담화를 통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 '성완종 스캔들'로 이어지는 비극의 싹을 틔웠다. 이 총리는 이날 향후 30년의 성장을 위한 토양을 새롭게 한다는 각오로 부패척결에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부패와의 전쟁은 결국 이 총리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총리 담화 6일 뒤인 3월 18일 검찰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자 이 총리가 자신을 표적수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성 전 회장은 측근들에게 "사정 대상 1호가 돼야 할 사람이 무슨 사정이냐"며 이 총리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표출한 뒤 죽음을 택했고, 이 총리는 "목숨까지 걸겠다"며 결백을 주장했으나 결국 여론의 압박에 총리직을 내려놓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