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3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던 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이용우 기자 wylee@kookje.co.kr

- "사퇴는 불가피…시기가 문제"
- 재·보선 참패 우려도 한몫

새누리당은 야권의 이완구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제출방침에 대해 "대통령 흔들기용"이라면서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선거운동 중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중남미 정상외교로 자리를 비운 시기"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국정 공백이 생겨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일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날 원내 수석부대표 간 협의에서도 해임건의안 표결을 위해 24일 본회의를 추가로 소집하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요구에 대해 새누리당 조해진 수석부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당 지도부에서는 실제 해임건의안이 제출되면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되 최대한 박 대통령 귀국(27일)과 4·29재·보궐선거 이후로 미루자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도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확산하면서 시기와 방법이 문제일 뿐이라는 기류가 유력시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에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급확산되고 있다. 연일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는 형국인데도 박 대통령의 귀국까지 기다리다간 그야말로 '만시지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4·29재·보선도 전패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소속 하태경 의원은 이날 조찬 토론회에서 "지금 청와대에 사퇴서를 제출하는 용단을, 선배 정치인으로서의 용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이 총리를 압박했고, 김영우 의원도 "결국은 총리의 결단과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가세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총리가 스스로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서 박 대통령 귀국 때까지 국정을 흔들림 없이 챙기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 이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총리가 사퇴 요구를 안 받겠다고 버티고 있으니 난감하다"고 압박했다.

당내에선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회동으로 잠정 보류됐던 의원총회를 소집해 이 총리 거취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해임건의안 제출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총리의 거취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출국 전 언급한 대로 "귀국 때까지 기다려 보자"던 청와대에서도 "총리도 자기 명예가 있으니 나름대로 명예로운 방법을 찾지 않겠느냐"는 말이 흘러나오는 등 '출구' 마련에 나선 분위기다.

한편 이 총리 측은 대통령 귀국 전까지 사퇴하는 일은 '절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 검찰이 이 총리에게 소환을 통보하면 자진사퇴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