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장에 출석한 이완구 총리(왼쪽)가 정의화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장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 굳은 표정의 이 총리와 등을 돌린 정 의장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비타500 박스에 3000만 원 담아"
- 成 측근, 구체적 전달법 밝히자
- 李, 하루 만에 말 뒤집어
- "기억 못한다"→"독대하지 않아"
- '비망록 23번 만남' 보도까지

사방이 암흑천지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완구 국무총리를 더욱 옥죄고 있다. 이 총리에게 3000만 원을 줬다고 주장한 성 전 회장의 인터뷰를 뒷받침하는 세부 정황까지 나왔다. 반면 이 총리의 해명은 갈수록 궁색해지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없는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 의지를 밝혔다. '목숨'까지 거론하며 '사퇴론'을 일축한 이 총리는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구체화한 의혹, 달라진 해명

성완종 전 회장 측근이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 원을 전달할 때 썼다는 음료 박스.

경향신문은 15일 2013년 4·24재선거를 앞둔 4월 4일 오후 4시30분께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했고, 성 전 회장의 차 안에 있던 '비타500 박스'를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만나는 칸막이 안 테이블에 올려놓고 왔다는 성 전 회장 측 인사의 진술을 보도했다. 전날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선거 지원금으로 3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의 주장을 거듭 부인했지만 해명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선거사무소에서 3000만 원을 줬다는 성 전 회장의 육성 파일이 공개된 지난 14일에는 "(선거사무소에) 다녀간 것은 기억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타500 박스'라는 성 전 회장 측근의 진술이 보도된 직후에는 "독대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적이 없다'에서 '단둘이 만나지는 않았다'로 바뀐 것이다.

"(성 전 회장과) 전혀 친하지 않았다"는 이 총리의 발언을 뒤집는 정황을 담은 성 전 회장의 비망록도 공개됐다. 일부 언론에 공개된 성 전 회장의 비망록에서 성 전 회장은 2013년부터 20개월 동안 23차례 이 총리를 만났다고 기록했다. 이 총리는 "(원내대표였던) 지난해 지방선거 공천문제 등으로 (당시 성완종 의원이) 여러 차례 와서 상의를 했다"면서 "원내대표는 의원을 하루에도 여러 번 만난다. 성 전 회장과는 의원 신분으로 만났다"고 해명했다.

■이완구 총리 사면초가

이 총리의 거듭된 부인에도 여론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자진 사퇴론'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논란에 대한 사과를 하면서도 사퇴론은 거듭 일축했다. 현재로써는 총리직을 계속 유지하며 검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총리직을 사퇴하면 의혹을 시인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16일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에 나설 예정인 만큼 국정 공백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조기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이미 만신창이가 돼 사실상 '국정2인자'로서 내각을 통할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 지도부가 사퇴를 공식 제기하고 박 대통령이 귀국하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