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21일 서울 공관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만찬에 참석한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가장 빠른 시기 노력" 합의에도
- 中, 영유권·과거사 이유 신중
- 사드 배치는 언급 안해 잠복국면

한중일 3국 외교장관들은 지난 21일 회담 후 공동 발표문을 내고 '3국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이 연내 성사될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또 한중일 3국 외교장관들은 3년 만에 열린 이날 회담에서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안보리 결의와 9·19 공동성명의 의무가 성실히 이행돼야 한다는 데에 합의했다. 이와 함께 양자 관계 개선과 3국 협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으며,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속도를 내자는 데에도 뜻을 같이했다.

이처럼 3국 외교장관들이 2012년 이후 열리지 못한 3국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한 만큼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단됐던 한중일 3국 협력의 복원이 본궤도에 오를지 주목된다. 이 같은 합의에도 중국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 일본의 과거사 문제 등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정상회의가 곧바로 개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 참석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일본을 겨냥한 '역사 공세'에 집중했다. '3국 협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길'로 '정시역사 개벽미래'(正視歷史 開闢未來·역사를 바로 보고 미래를 연다)'를 제시하기도 한 왕 부장은 3국 정상회의 문제에 대해 "필요한 조건을 만들어야한다"면서 일본의 역사인식 개선을 사실상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한일 양자 관계와 3국 협력 문제를 사실상 분리한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여전히 두 사안을 연계하고 있으며 조기에 3국 협력을 정상화하는데 신중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중국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올 8월에 발표할 이른바 '아베 담화' 내용을 보고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베 담화를 비롯해 일본 아베 내각이 신사 참배 등 과거사 도발을 하지 않으면 10, 11월께 말레이시아에서 열릴 예정인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때 3국 정상회의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는 일단 아세안 정상회의 계기가 아닌 별도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이 목표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번 회의를 바탕으로 3국 정상회의 개최 방향성이 정해졌다"면서 "정상회의가 3국 협력 체제의 가장 중요한 기제인데 이것을 개최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은 매우 큰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문제를 거론하지 않으면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간 외교적 대립은 일단 잠복 국면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왕 부장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우리 입장은 이미 여러 차례 말했다"는 언급으로 대응하는 등 '로키(lowkey)' 행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