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 역량 위축

- 제6대 단체장 시의원출신 7명중
- 초선은 백선기·박삼석 등 2명 뿐
- 지역 국회의원은 유재중이 유일

# 힘의 논리에 휘말려

- 국회의원 주민 응대 대리인 전락
- 공천권자 다를땐 적대 관계 형성
- '공천이 당선' 줄세우기 정치 폐해

부산시의회는 올해로 출범 24년째를 맞았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으로서, 부산시를 견제·감독하고 입법활동을 왕성하게 펼쳐야 할 '청년'의 시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7대에 이른 시의회가 연륜이 쌓일수록 성숙하기는커녕 되풀이되는 자질 논란 속에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사실상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잠재적 경쟁자가 될 '호랑이 새끼'를 키우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시의원 자질 부족과 위상 추락을 부채질한다고 보고 있다. 47명의 의원 중에서 초선이 27명으로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다선 의원이 적은 것도 국회의원들의 견제로 시의원 교체가 잦은 탓이다.

■나이는 들었는데 위상은 축소

지난해 제6대 단체장 선거를 통과한 부산의 16개 구·군 단체장 중 시의원 출신은 박현욱(수영구) 이종철(남구) 송숙희(사상구) 원정희(금정구) 박삼석(동구) 박극제(서구) 백선기(해운대구) 등 7명이다. 4, 5대 때의 8명보다 1명이 줄었다. 또 2010년 제5대 단체장 선거 때는 5명의 시의원이 구청장에 신규 입성했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백선기 박삼석 등 2명뿐이다. 6명이 본선에 도전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18명의 부산 국회의원 가운데 시의원 출신은 유재중(수영구·재선) 의원이 유일하다. 16대에는 도종이(부산진을) 권태망(연제구) 전 의원이, 18대에는 박대해(연제구) 전 의원이 있다. 김영주 전 시의회 부의장은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었다.

시의원이 국회의원 또는 기초자치단체장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지방의회가 정치지망생의 교육의 장이란 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또한 우리의 광역의회와 비슷한 일리노이 주의회 의원 출신 아니던가. 하지만 오바마는 30, 40대인데도 다양한 입법활동을 통해 정치적 역량을 드러내고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부산시의원은 이 같은 역할과 행보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회의원들이 능력과 자질보다는 소위 '충성도'를 잣대 삼아 공천권을 행사하는 관행이 굳어진 탓이다. 4선의 이해동(연제2) 의장마저 "솔직히 잘못된 공천 관행이 하향평준화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 그리고 시의원 중 다수가 공부를 좀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공천권, 본질은 파워게임

게다가 일부 국회의원은 시의원을 지역 당협위원회 사무국장 등으로 임명해 주민 응대를 도맡게 하다시피한다. 사실상 국회의원의 대리인으로 삼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어차피 키워봐야 위협만 된다고 보고, 자질이 다소 떨어지는 충성도 높은 심복에 대해 보은성 공천을 주는 경우가 많아 결국 시의회 수준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공천 과정에서 국회의원과 시의원의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가 잦고 심한 경우 서로 등을 돌리는 사례가 적지않다. 사하구갑 지역구처럼 현역 국회의원과 실제 공천권자가 다른 탓에 같은 정당이지만 서로 대립한다. 하향식 공천을 거쳤다고 하지만 국회의원의 의도대로 공천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임기 내내 불씨를 안고 가는 경우도 있다.

■상향식 등 공천제도 개선 필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 또는 2심에서 당선 취소에 해당하는 벌금형(100만 원 이상)을 선고 받고 위기에 처한 두 명의 시의원은 모두 재선 의원이다. 자질과 열정 면에서는 시의회 안팎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재공천 과정에서 경선을 치르는 등 매끄럽지 않은 측면이 있었고, 그것이 결국 선거법 위반 혐의로 피소당한 원인이 됐다는 시각이 많다.

이 같은 현상은 공천제도의 개선 없이는 고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해동 의장은 "하향식 공천의 폐해 때문에 상향식 공천제가 일부 도입됐지만 그마저 국회의원들이 편법 개입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완전 경쟁을 보장해야만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정계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일당 독재나 마찬가지인 지역 구도에 따라 새누리당 공천이 곧 시의원 당선이라는 등식처럼 작용한 탓에 빚어진 현상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 부산 국회의원과 시의원 관계 현황 지역 국회의원(정당) 시의원 (정당·선수) 의원 관계 중구 정의화(무) 최영규(새·초선) 원만 서구 유기준(새) 권칠우(새·3선) 친밀 공한수(새·재선) 친밀 동구 정의화(무) 김종한(새·초선) 원만 김진홍(새·초선) 원만 영도구 김무성(새) 이상호(새·재선) 친밀 황보승희(새·재선) 원만 사상구 문재인(정) 이상갑(새·재선) 대립 오보근(새·재선) 대립 부산진구갑 나성린(새) 박석동(새·재선) 소원 이대석(새·재선) 원만 부산진구을 이헌승(새) 김영욱(새·3선) 원만 김병환(새·초선) 원만 금정구 김세연(새) 백종헌(새·4선) 친밀 박성명(새·초선) 친밀 동래구 이진복(새) 박중묵(새·재선) 친밀 권오성(새·재선) 원만 이진수(새·재선) 친밀 사하구갑 문대성(새) 최영진(새·초선) 대립 신현무(새·초선) 대립 사하구을 조경태(정) 김흥남(새·재선) 대립 조정화(새·초선) 대립 남구갑 김정훈(새) 이희철(새·초선) 원만 진남일(새·초선) 원만 남구을 서용교(새) 박재본(새·재선) 원만 오은택(새·초선) 원만 북· 강서구갑 박민식(새) 손상용(새·3선) 친밀 박대근(새·초선) 원만 북· 강서구을 김도읍(새) 이상민(새·초선) 원만 이종진(새·초선) 친밀 김진용(새·초선) 원만 윤종현(새·초선) 원만 연제구 김희정(새) 이해동(새·4선) 대립 안재권(새·초선) 친밀 해운대 기장갑 배덕광(새) 신정철(새·초선) 원만 강무길(새·초선) 원만 김진영(새·초선) 원만 해운대 기장을 하태경(새) 박인대(새·재선) 소원 김쌍우(새·초선) 원만 최준식(새·초선) 친밀 수영구 유재중(새) 강성태(새·3선) 소원 전봉민(새·3선) 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