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관계자들이 6일 김기종 씨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우리마당독도지킴이 사무실 겸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문건 등을 들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남북 민간교류 중심 역할 담당
- 민화협 활동 당분간 위축 전망
- 관계개선 촉매제 기대 어려워져
- 종북놓고 남남갈등 격화 우려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피습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이번 사건을 두고 '응당한 징벌' 운운하면서 미국의 대북인식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남북 민간 교류의 중추로 이번 사건이 발생한 행사를 주최했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활동의 위축이 예상돼 남북관계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용의자 김기종 씨가 북한에 치우친 인사라는 점이 확인되면 북한에 대한 접근법을 놓고 우리 사회에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미 관계 악재…정부 "북 헛발질"

북한은 리퍼트 대사의 피습 소식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반응했다. 내용은 예상했지만 충격적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고 주장했다. 테러나 다름없는 피습에 대한 이 같은 반응은 북한의 이미지를 더욱 추락시킬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반응에 대해 "지금의 북미 관계가 반영된 반응이었겠지만 헛발질도 이런 헛발질이 없다"면서 "인도주의적 사안인데, 위로를 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나"라고 아쉬워했다.

■남북 민간교류 차질 우려

리퍼트 대사는 남북 민간교류의 중심역할을 맡아온 민화협이 주최한 행사에서 공격을 당했다. 민화협은 올해도 6·15공동선언 15주년을 맞아 남북 공동 문화행사와 협력사업들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최근 밝힌 바 있는 데 이번 사건으로 차질이 우려된다. 남북 당국 간 협의가 꽉 막힌 상황에서 민간 교류를 통해 남북 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도 실현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6일 "한미 군사훈련이 끝나면 남북 민간단체 간에 6·15행사와 8·15행사를 어떻게 치를지 의견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는 데 준비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김 씨가 추후 조사에서 북한에 경도됐다는 점이 확인되고 배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남북관계에는 커다란 악재가 될 수 있다. 동국대 김용현(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일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놓고 남남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이상기류 조기 차단 나서

이번 피습 사건이 한미동맹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한미 간 고위급 외교채널을 적극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이달 말로 예상되는 외교부 인사 이후 신임 차관보가 미국을 방문하는 일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의 방미 문제도 내부적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계기를 통해 정부는 이번 사건이 한미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발 사건'이라는 인식을 미국 측과 재확인하며 한미동맹에 발생할 수 있는 이상기류를 조기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