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 장악력 의지만 보여

- 여권 줄기찬 요구 끝내 외면

- 원활한 소통 통해 변화 원한

- 비박 지도부와 갈등 빚을 듯

"장고 끝 묘수인가, 악수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최측근인 이병기 현 국정원장을 비서실장으로 앉히는 인사를 단행하자 '국정 장악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으로 불거진 여권 인적 쇄신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향후 국정운영에서 야당은 물론 비박(비박근혜)계 지도부가 이끌고 있는 여당과도 불협화음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각 이어 청와대도 친위세력 포진

이날 인사는 지난달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불통과 만기친람식 국정운영 변화요구에 대해 약속했던 인적 쇄신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인적 쇄신에 착수한 이후 일관되게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데 무게를 뒀다. 이 비서실장 기용은 이런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평가다. 앞서 박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인 이완구 국무총리를 지명하고, 지난 17일 역시 친박계 유기준 의원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내정하는 등 4개 부처 개각을 단행한 데 이어 오랜 측근인 이 실장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내각에 이어 청와대에도 최측근을 배치함으로써 집권 3년 차의 경제혁신과 4대 구조개혁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비박계 여당 지도부와 증세론 등 현안을 두고 미묘한 시각차가 노출되는 상황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역대 정부에서 통상 원외 인사를 정무특보로 임명했던 것과 달리 친박계 현역인 주호영 윤상현 김재원 의원을 정무특보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12일 당 지도부와 소통을 강조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정무특보 임명철회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정변화 요구 수용한계 부담

박 대통령이 친위세력을 전면에 포진시킨 데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쇄신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향후 국정운영에서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애초 여권의 인적 쇄신론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면서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는 결과적으로 종전의 일방통행식을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정원 '댓글사건' 이후 불거진 국정원 개혁요구도 이 비서실장의 발탁과 이병호 전 안기부 2차장의 내정으로 물 건너가게 됐다는 게 야당의 판단이다. 정무특보를 친박 일색으로 배치한 것은 여당에 대한 '통제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어 비박계 지도부와 갈등소지가 될 수 있다. 이 비서실장이 직업외교관 출신이어서 여의도 정치권과 소통하는 데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런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이 비서실장이 외교안보분야에서 상당한 내공을 갖춘 만큼 군 출신이 중심이 된 청와대 안보실과 남북관계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