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진실 답변 선서(맨 왼쪽)를 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내내 적극적인 해명과 공개 사과 등을 되풀이하며 혹독한 통과의례를 치렀다. 이용우 기자·일부 연합뉴스ywlee@kookje.co.kr
10일 열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이 후보자의 '언론 외압 음성'이 담긴 녹취 파일 공개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정회를 거듭하는 등 파행을 겪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의 반대로 청문회장에서의 파일 공개가 어려워지자 국회 정론관에서 전격 공개했다. 새누리당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새누리당이 "녹취록이 짜깁기됐다"고 주장, 여야 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면서 또 다시 청문회가 중단됐다가 밤 늦게 속개되기도 했다.
# "부덕의 소치, 대오각성" 자리서 일어나 머리 숙여
■ 언론 외압·인사개입 의혹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 대해 "야당 의원께서 공개한 파일 내용이 편집·짜깁기 됐다는 제보가 빗발친다. 야당 의원께서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편집하고, 짜깁기했다는 제보가 왔다"고 역공에 나섰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진선민 의원은 "우리가 예측했다. 조금만 발표하고, 일부만 공개하면, 또 '악마의 편집'이라 할거라고. (녹취 파일 공개를 준비할 때) 이런 얘기까지 하면서 우리끼리 웃었다"고 받아쳤다.
새누리당 인사청문특위 간사인 정문헌 의원은 "중원의 도가 무너지고 상도덕이 무너졌다. 당혹스럽다"면서 "장외투쟁도 아니고 (야당 의원들이) 뭘 생각하고 이러는 건지…(모르겠다)"라고 밝혔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도 "야당의 행태는 도를 넘는 것"이라며 "후보자도 그렇고 나머지 옆에 있던 분들 동의가 있었나. 점심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동의를 다 구해야 온당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청문회 시작부터 이 후보자의 언론관이 도마에 오르면서 '험로'를 예고했다. 새정치연합 김경협 의원은 "언론이 내 손아귀에 있고, 언제든 내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다는 사고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저의 불찰과 부덕의 소치, 그리고 부주의로 국민 여러분과 언론사에 심려를 드려 대오각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는 "'언론 없는 정부, 정부 없는 언론 중 선택을 하라 한다면 정부 없는 언론을 선택한다'는 어떤 분의 말씀대로 언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다"며 "언론 관계 건은 백번 사죄의 말씀 올린다"고 거듭 머리를 숙였다.
# "저와 차남, 신체결함으로 복무 제대로 못해 죄송"
■ 병역 기피 의혹
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은 "이 후보자가 '1971년 첫 신체검사를 받은 홍성이 시골이라 엑스레이를 찍지 못했는데 1975년 대전에서 재검을 받을 땐 엑스레이가 있어서 진실대로 (보충역 판정이) 됐다'고 해명했으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 후보자의 병역기록표를 근거로 최초 신체검사 장소가 홍성이 아닌 서울 육군수도병원이었고, 1975년 재검 장소는 대전이 아닌 홍성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진 의원은 "육군수도병원은 최첨단 시설을 갖춘 곳"이라면서 "행정고시에 합격했다면 조그만 시골(홍성)에서 얼마나 두려운 권력인가. 그런 분이 군청에서 일하며 재검을 받은 것"이라며 재검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도 "1975년 재검을 받은 홍성의 초등학교는 이동 신검장소"라며 "행시에 합격한 군청 사무관이 와서 신검을 받았으니 지위와 배경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문제가 있어서 60세가 넘은 나이까지도 같은 부위에 엑스레이를 찍어 고생하는 입장을 이해해달라"며 "평생 등산도 못해봤다"고 호소했으나, 문제의 신검 장소 의혹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지금 후보자가 걸으면서 약간 부자연스럽다"면서 "부주상골은 발목뼈가 붙지 않아 다른 뼈가 하나 더 생기는 증상으로 평발 변형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의혹 해소를 거들었다.
이 후보자는 차남이 무릎 수술로 병역을 면제받은 데 대해서도 "저의 신체적 결함이나, 제 자식의 신체적 결함 때문에 군 복무를 못해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 "주거 외 주택 없어"…타워팰리스 일부 '웃돈' 인정
■ 부동산 투기 의혹
이 후보자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포함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이 후보자는 '주거 목적 외 부동산, 주택을 가진 적이 있느냐'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질의에 "없다"면서 "(타워팰리스를) 사서 6개월 정도 살았는데 지역구 신문에서 갑자기 타워팰리스의 가격이 폭등하니까 대단히 비판하는 기사가 나왔다. 다음 해에 선거가 있어서 너무 당황스러워 빨리 처분하고 나왔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타워팰리스 구입 과정에서 일부 '웃돈'을 주고 산 점을 인정하면서도 "투기가 아니다"며 "(타워팰리스 매입 전에) 제가 살던 신현대 아파트도 같이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1978년부터 약 10년 단위로 강남 일대 아파트를 구매했다 팔기를 반복한 것에 대한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은 "이 후보자는 1978년 신반포 2차 아파트(33평형)를 구매한 뒤 1983년 42평형으로, 46평형으로 옮겼다"면서 "또 1993년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52평형)로 이사를 갔고 2000년에는 도곡동 타워팰리스(48평형)를 구매한 뒤 당해 연도에 팔고 2003년 대림 아크로빌(52평형)로 이사갔다"고 이사과정을 조목조목 소개하며 "경찰 중에서는 최고의 재테크 전문가가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윤영석 의원은 "전혀 불법성 없는 부동산 거래를 마치 엄청난 투기를 한 듯 해명 기회를 주지 않고 몰아세운다"고 이 후보자를 방어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40년 전 아버님이 강남에 30평 아파트를 사주셨고, 당시에는 강남보다 강북이 더 비쌌다"며 "40년 동안 근검절약하며 집을 6번 옮긴 것이 전부다. 투기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이 후보자는 차남이 증여받은 경기도 분당 땅에 대해선 "차남이 변호사로 고액연봉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증여세 5억 원을 한꺼번에 다 낼 수가 없어 세무서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 분납 형태로 납부하고 있다. 세금 부담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증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