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핵심 전선이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공방에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따른 후폭풍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다.

여야는 22일 통진당 해산 결정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정당활동 자유 침해 우려를 계속 제기하면서 헌재 재판관 구성 시스템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정당해산이라는 극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최후의 심판이었어야 한다"며 "현재의 헌법재판소 구성방식은 시대정신과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근본적 한계가 있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선출한 3명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 등을 포함해 대통령이 9명의 헌법재판관 모두를 임명하는 현 시스템이 인적 편향성을 구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불씨를 계속 살려나가야 하고 '사자방'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선 이동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여당은 헌재의 결정으로 정부 실정과 국정 농단이 덮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된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비선실세 문건 파동으로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은 점차 공세적으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연합은 종북과 헌법파괴를 일삼는 낡은 진보세력과 절연해야 한다"고 '원죄론'을 환기시키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완구 원내대표도 "일각의 (헌재 판결) 불복에 대해 걱정스럽다. 이것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라면서 야당의 문제제기를 '불복 프레임'으로 몰아갔다.

여야는 이날 오후 원내수석대표 간 회동을 통해 29일 본회의 개최 등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협상을 이어갔지만 운영위 소집 문제를 둘러싼 대치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