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가 요란한 격이 됐다. 논란이 됐던 부산시의 조직개편안에 대한 부산시의회의 검증은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의회가 지난 5일 주최한 시민대토론회 등을 통해 예상됐던 '대폭 손질'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의회가 출범 6개월째인 서병수 부산시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조직개편안의 큰 틀을 바꾸지 않은 것 같다는 지역 정가의 분석도 나온다.

시의회는 11일 오후 부산시 조직개편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시의회는 이날 조직 비대화 등의 문제로 쟁점이 됐던 기획관리실에 대해서는 큰 손질을 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의 기획, 예산 업무에다 폐지되는 안전행정국의 조직, 인사 기능까지 흡수하면서 권한 집중 우려를 낳은 기획관리실은 원안대로 하되 기구 개편이 있는 내년 3월까지 지켜본 뒤 다시 검토하자는 데 의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상·하수도 업무 통합 안은 현행대로 분리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관리 위주의 상수도 행정과 사업적 성격이 강한 하수도 행정의 통합은 향후 국비 확보 등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따라 물관리본부로 이관될 예정이던 생활하수과는 기존대로 환경국(개편 후 기후환경국)에 그대로 남을 전망이다.

결국 시의회는 서 시장에 의한 조직 혁신과 친정 체제 구축은 인정 하되, 조직 내부 역학 관계와 크게 상관 없지만 시민 생활과는 직결된 상·하수도 업무 통합안은 수정을 가한 셈이 됐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사전교감설도 나오고 있다. 시민대토론회 이후 시 측에서 '원안 통과'를 고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 강경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는 얘기다. 이날 의원총회 이해동 의장이 "태스크포스(TF)를 운용하고 시민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많은 애를 썼다. 그래도 상·하수도 업무는 분리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언급한 것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 시장의 시정 운영 방향과 철학이 담긴 조직개편안의 큰 틀이 유지된 것으로 분석된다.

TF 팀장을 맡은 손상용(북구2) 부의장은 "공무원을 위한 것도, 시장을 위한 것도 아닌, 오로지 시민을 위한 조직 개편이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책임 행정 구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5일 토론회에서 상·하수도 업무 분리를 역설했던 이진수(동래구3) 의원은 "원안을 일부 수정할 예정이어서 시의회는 자기 역할을 다했고, 시는 큰 틀을 유지하는 실익을 챙긴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의총 의견을 바탕으로 12일 열리는 기획재경위원회에서 수정안이 마련되면 오는 19일 본회의에서 최종안이 의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