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내 착수 땐 내년 결과 발표
- 텃밭 민심이반 차단 의도로

'동남권 신공항' 입지타당성 조사의 연내 착수가 무산되면서 또다시 '신공항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애초 9월 착수계획이었지만, 영남권 5개 시·도 합의를 전제로 차일피일 미뤄진 데다 결국 해를 넘기게 되면서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4일 본지가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확인한 결과 신공항 입지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비가 '공항개발조사(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20억 원'으로 반영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연내 착수가 어렵게 된 만큼 내년에 조사를 수행하기 위해 예산을 반영한 것이다"고 말했다.

애초 국토부의 신공항 추진 프로세스는 '수요조사 완료 전 입지 타당성 조사 준비 마무리→9월 수요조사 완료 및 입지 타당성 조사 착수'였다. 동시에 국토부는 입지타당성 조사의 전제 조건으로 영남권 5개 시·도 시장 도지사의 합의를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5개 시·도 시장 도지사가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합의를 했고, 수차례 5개 시·도 교통국장단 회의를 통해 각 시·도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재차 영남권 5개 시·도 시장 도지사의 의견을 확인하는 등 조사 착수를 미루면서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연내 착수할 경우 총선 국면인 내년 말에 입지조사 결과를 발표해야 하고 어느 쪽으로 결정되든 여당의 '텃밭'인 영남권 민심 이반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서병수 부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6·4지방선거 과정에서 각각 가덕도와 밀양을 주장하며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치적 후폭풍이 엄청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국토부는 수요조사 착수도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를 내세워 지난해 4월에서 6월로 연기했고, 최종 8월로 미루기도 했다. 영남권 지방선거에 '신공항 이슈'가 부각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의도였다. 이와 관련, 부산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내년도 예산안 20억 원을 재차 반영해 신공항 추진에 대한 의지는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착공도 어렵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입지 타당성 조사가 연기된 데 대한 대구시 책임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부산과 대구는 각각 ▷24시간 안전한 공항-1시간 이내 접근 공항 ▷김해공항 존치-폐지 ▷활주로 1개-2개 등으로 신공항의 규모·성격·기능에 대해 이견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부산시는 수차례 "부산을 포함한 각 시·도가 요구하는 사항을 모두 평가 항목에 반영해 조사에 착수하자"고 요구해 왔지만, 국토부와 대구시 등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