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서민증세 위한 날치기"

- 누리예산 이어 갈등 최고조

- 정국파행에 부담 느낀 여야

- 주요 현안 '빅딜' 가능성도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12월 2일) 내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결국, 누리 과정(만 3~5세 공통교육 과정) 국고 지원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런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이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담뱃세 인상 관련법까지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 파행 시 정국 경색에 따른 여야 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누리 과정에 멈춘 국회

여야가 지난 25일 국고에서 누리과정을 우회 지원하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았지만, 지원 규모 합의에 이르지 못해 불씨를 남겼고 결국 폭발했다. 야당은 내년도 누리과정의 순증액(5233억 원)을 모두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2000억∼5000억 원 수준에서 결정하고 나머지는 시·도교육청이 충당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새정연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누리과정 증액분 5233억 원만큼의 교육부 예산을 국고로 증액한다는 것이 합의였다. 이를 번복한 여당과 예산 심의를 함께하기 어렵다"고 여당에 국회 파행 책임을 돌렸다.

특히 서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를 겨냥해 "상임위의 간사 간 합의, 여야 원내지도부의 합의를 원내수석이 깨버렸다"며 "수석 뒤에 조종하는 힘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배후설'도 제기했다.

반면,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본인들이 주장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상임위 논의까지 중단시키는 것은 구태의연한 '볼모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숙 원내대변인도 "새정연은 지금 당장에라도 누리과정 예산을 빌미로 한 의사일정 보이콧을 풀고 국회를 가동해 오는 12월 1일 본회의에 예산과 부수법안이 자동부의되는 일이 없게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담뱃세·법인세 인상도 복병

정 의장이 이날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담뱃세 인상을 위한 법률안을 예산 부수 법안으로 전격 지정하면서 상황은 더욱 꼬였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이번 지정은 개정된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오는 12월 2일 새해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을 앞두고 취해진 절차"라며 "새해 예산안과 오늘 지정된 14개 예산 부수법안들은 12월 2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정 의장의 결정을 환영했다.

반면, 새정연 서 원내대변인은 "서민증세를 위한 또 하나의 날치기 수순"이라며 "정부가 담뱃세에 개별소비세를 일부 부과하고, 국회의장이 이를 근거로 예산부수법안에 올린 것은 다수의 말 못하는 서민의 등을 치려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재벌을 위한 법인세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이하다. 법인세 인하를 원상복구하면 이런 꼼수 서민증세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담뱃세와 법인세 인상을 '딜(deal)'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딜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강 대 강 대치 속 타협 가능성도

여야 지도부는 국회 의사일정 중단과 관련해 서로를 겨냥하면서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는 새정연의 국회 보이콧에 대해 "법대로 갈 것"이라고 법정시한 내 처리를 시사했다. 반면 새정연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청와대, 전 정권, 법인세라는 3대 성역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할 때 많은 문제가 풀린다"며 "만약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면 우리는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다만, 예산안 처리 파행 시 여야 모두 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타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에만 집착할 경우 공무원연금 개혁·공기업 개혁·규제 혁파 등 국정 과제 적기 추진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야당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매번 예산안 처리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여야 원내 지도부가 조만간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