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만공사(BPA)의 자회사 '부산항보안공사'가 300여 명의 청원경찰·특수경비원에 대한 정당한 수당지급을 거부해 30억 원대 체불 임금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공공기관인 공사가 '감시·단속적 근로자' 지정 취소에 따른 수당지급 의무를 피하기 위해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꼼수'를 부렸고, 이를 감독해야 할 부산고용노동청은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해 파문이 예상된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과 부산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부산고용노동청은 2012년 11월 21일 부산항보안공사의 청원경찰에 대한 감시·단속(이하 감단직) 근로자 인가를 취소했다. 부산항보안공사 청원경찰들은 근로시간 내내 고도의 정신적 긴장이 요구되는 등 단순 감시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감단직 인가 취소로 공사 측은 근로기준법상 연장·야간·휴일근무 수당 등을 지급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그러자 공사 측은 2013년부터 회사 취업규칙을 바꿔 '포괄임금제 적용'이라는 명목으로 근속수당·중식보조비 등 기존에 지급하던 각종 수당을 삭제한 뒤, 연장·휴일 수당을 지급하는 꼼수를 부렸다. 결국 청원경찰의 임금 총액은 감단직 인가 취소에도 불구, 전혀 오르지 않았다.
수당 삭제 등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취업규칙 변경은 집단회의 형식을 거쳐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돼 있지만 공사 측은 직원들을 일대일 서명을 받는 방식 등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함으로써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게 근로자 측의 주장이다.
2013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문가들이 산정한 체불임금은 인당 1300만~1500만 원이며, 265명 고소인 전체에 대한 체불액은 30억 원이 넘는다.
이에 부산항보안공사 근로자 265명은 지난 9월 공사 측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미지급 등을 요지로 부산고용노동청에 고소장을 접수해 노동부가 지난달 말 실태조사를 벌였다. 부산고용노동청은 실태조사에서 공사 측의 5억여 원 휴일근로수당 미지급 등을 적발하고 시정을 지시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이 조치가 미진하다고 보고 연내 공사를 상대로 체불임금 지급 등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공사 측은 파문이 커지자 내부 문건을 통해 '직원을 선동하고 회사에 부정적인 인원은 감독자로서 자격이 없다'며 고소를 제기한 직원들에 대해 불이익을 암시하는가 하면 전체 직원에 대해서도 교대제 변경 및 임금 삭감 등으로 겁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으로 수당 항목들이 조정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연봉은 인상됐다"면서 "정당한 취업규칙 변경절차를 거쳤고, 전임 노사협의회에서 다 합의가 된 부분인데 바뀐 지도부에서 뒤늦게 문제를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감시·단속(斷續)적 근로자
아파트 경비원 등과 같이 감시적 업무에 종사하거나 보일러 기사 등과 같이 간헐적으로 노동이 이뤄져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 종사자를 지칭한다. 사용자 측에서 감단직 근로자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 지청에 신고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법정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 등의 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주 40시간의 근로시간과 연장근무로 인한 추가 가산금 등의 보장을 받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