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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 인본사회연구소 소장이 지난 29일 부산시민공원 범전동 본동 우물터에서 인간중심의 정치 포부와 초등학교 시절 추억을 얘기하고 있다. 조송현 기자 |
최근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김영춘 전 의원이 건네준 명함에는 '(사단법인)인본사회연구소 소장'이란 직함이 전부였다. 현재 김 전 의원이 집중하는 일이 뭔지를 짐작할 만했다. 어쩌면 지난 6·4 지방선거 때 제1야당의 부산시장 후보가 무소속 오거돈 후보에게 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해야만 했던 상황이 큰 상흔으로 남아있음을 반증하는 듯했다.
-6·4 부산시장 선거가 꽤 오래 전의 일로 느껴집니다. 무소속 오거돈 후보에게 범야권단일후보를 양보한 직후 어떤 감정이 들었습니까.
▶좌절감이었죠. 꽤 준비를 했거든요. 허탈했지요. 그나마 무소속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위로가 되었지요.
-양보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뭡니까.
▶세 불리죠. 인지도가 오 후보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확인했죠. 시민들이 김영춘을 아직 부산사람으로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만약 제가 양보하지 않고 3파전으로 가면 저와 오 후보가 20%대를 득표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어요. 서 후보는 어부지리로 대세론을 타고 50% 이상의 득표율로 승리할 게 뻔해 보였어요. 그래서 '부산권력 교체'를 위해서는 제가 양보하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렇다면 단일화되면 오 후보가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만약 오 후보가 진다는 예측이 우세했다면.
▶절대 양보 안했죠
-결과적으로 오 후보가 패했고, 양보의 명분이었던 '부산권력 교체'도 물거품이 되고보니 양보의 의미가 사라져버린 것 아닙니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중앙당의, 이를테면 당시 안철수 공동대표의 단일화 양보 압력이 있었다는 소문도 돌던데요.
▶압력은 없었습니다. 다만, 중앙당에서 단일화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내긴 했죠.
-정치적 자산을 위해선 완주를 강행해야 한다는 주변의 얘기도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정치를 너무 이상적으로, 낭만적으로 여긴다는 애정어린 비판도 받는 것 같은데요.
▶정치 문법상으로 보면 완주를 강행하는 것이 맞습니다. 3파전이 돼 여당 후보의 압승이 예상되더라도 끝까지 완주하면 제1야당 후보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질 수 있을 겁니다. 인지도도 크게 높아지겠죠. 그러나 그것은 '김영춘의 방식'이 아닙니다. 제가 부산에 온 것은 부산의 기성 권력 교체를 위해서입니다. 중차대한 시장 선거에서 저 개인의 정치적 셈법을 내세울 마음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오 후보의 패배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개혁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라고 봅니다. 새누리당 소속 시장(후보)에 식상한 유권자의 변화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 것이죠. 또 하나는 부산의 여당성향을 지나치게 의식해 야당과 지나치게 거리를 둔 것입니다. 그래서 야당 지지자들이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 것으로 봅니다. 낮은 투표율이 그 방증이죠.
부산시민공원에 나들이 온 시민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김영춘 소장. 조송현 기자
-2016년 총선에 출마할 겁니까?
▶출마할 겁니다. 제게 주어진 중요한 미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수행해 이겨내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4년째 부산을 지키고 있습니다. 만약 20대 총선에서 낙선한다고 해도 부산을 계속 지킬 건가요?
▶정치와 무관하게 부산을 지킬 겁니다. 정치인으로서는 아닙니다. 그때도 실패하면 무능력을 인정하고 그만 둬야죠.
-야당으로서는 황무지나 다름없는데, 어떤 전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몸과 발이 최고의 무기이고 전략이죠. 제가 국회의원 뱃지를 두 번 달았는데, 이기는 법을 압니다.
-지금 가장 고민하고 치중하는 일은 역시 발로 뛰며 지역구를 일구는 것입니까.
▶예,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중입니다. 또 다른 역점 사업은 인본사회연구소 운영입니다.
-인본사회연구소는 어떤 곳입니까.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1세기 우리 사회는 어떻습니까.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물신주의에 젖어 인간의 존엄은 내팽겨쳐지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그래서 이 같은 현실을 바로잡아 인간의 존엄이 존중받는 '사람 중심'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동을 하고자 이 연구소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2009년 서울에서 인본경제연구소로 출발한 것인데 부산에 오면서 사단법인 형태로 바꾸어 재출발했습니다.
-인본사회연구소의 시각에서 본다면 한국병은 무엇입니까?
▶우리 사회에 영성이 사라진 것이죠. 물신주의에 빠져 정신의 가치를 백안시하는 사회가 된 겁니다. 세월호 참사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지 않습니까.
-'부산병'을 진단해주시죠
▶부산병은 간단히 말하면 '고인물 병'입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전체에 건강한 흐름이 막혀 생태계가 활력을 잃고 썩고 죽어가는 형상입니다.
-'부산병'과 '한국병'을 치유할 비책은 무엇인가.
▶사회 경제 패러다임을 국가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요체입니다. 국가의 이름으로 개인을 희생시키는 일은 안 됩니다. 재벌이 잘 돼야 국가가 부강해지고 국민 개인도 부유해진다는 경제정책 기조를 확 바꾸어야 합니다. 저의 정치적 비전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시효가 끝난 정치 경제 패러다임을 폐하고 21세기의 시대적 요구에 맞춰 사람 중심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서병수 부산시장을 평가해주시죠.
▶의원시절 동료 의원으로서 볼 때 서 시장은 합리적이고 자기 이익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호감이 갔고, 사이가 좋았죠. 그런데 시장 역할을 하는 걸 보니 좀 실망입니다. 개혁의지가 전혀 없는 기득권 세력의 대표로 만족하는 것 같아요. 부산시장 선거 전 당시 혁신수준의 개혁을 약속했거든요. 부산 대혁신을 통해 부산 발전을 이룬 명시장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초심으로 돌아가 개혁 약속을 지키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보수가 개혁하는 게 좋습니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고 효과도 좋지요. 대표적인 사람이 미국의 링컨 대통령 아닙니까. 보수 원조인데 개혁 정치가입니다. 서 시장이 부산개혁의 주인공이 되길 바랍니다.
-그동안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또 창조한국당으로 당적을 바꾸는 정치적 모험을 했는데, 기본 입장은 무엇이었습니까?
▶정치적 이상주의였지요. 항로 변경이 정치적 따뜻함을 좇은 것이 아니라 얼어죽는 것을 각오하고 결행한 것입니다. 우리 정치 발전의 밀알이 되기 위한 결단이었지요.
-인생관은?
▶저는 사생관이라고 합니다. 죽었을 때 '제대로 살려고 애쓴 사람'으로 기억되는 겁니다.
-자신의 정치철학을 요약해주시죠.
▶사람중심의 인본정치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이 국가의 발전보다 위에 서는 불가침의 정치적 목표로 하는 것이 인본정치입니다.
◇김영춘 인본사회연구소 소장 프로필
▷1961년 부산생. 부산성지초등·부산개성중·부산동고·고려대 영문학과·고려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정치학 석사) 졸업 ▷고려대 총학생회장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 비서(1987) ▷청와대 정무비서관(1993) ▷제16대 국회의원(한나라당, 서울 광진구 갑) ▷한나라당 탈당, 열린우리당 발기인(2000) ▷제17대 국회의원(열린우리당, 서울 광진구 갑) ▷민주통합당 최고위원(2007) ▷민주통합당 부산진갑 지역위원회 위원장(2011) ▷새정치연합 당원, 인본사회연구소 소장(현재) ▷저서 : 부산희망찾기(호밀밭), 신40대 기수론(범우사), 사람의 정치학-나라 뒤집기(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