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산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부산고등법원 산하 각급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법원장들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박민식 의원, 증거 빈약 지적
- 김도읍 의원, 갈짓자 영장 질타

# 법원장 소신 발언 봇물

- 상고법원 지역에도 설치해야
- '향판=법관비리' 인식은 잘못
- 감청 논란…시대 맞게 법 개정을

20일 열린 부산고법과 부산고검 및 산하 기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부산지검의 미숙한 업무 처리가 도마에 올랐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부산의 살인죄 불기소 처분율이 최고 수준"이라며 "이는 경찰이나 검찰이 명확한 증거 없이 수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지검 살인죄 접수 건수는 306건으로 전국 지검 중 최다를 기록했으며, 불기소 처분율 또한 79.9%로 서울중앙지검(81.3%) 다음으로 높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은 구속집행정지 중 도주자가 부산이 가장 많았다고 지적하면서 "검찰의 허술한 대응으로 해마다 구속집행정지자 중 도주자가 증가하면 부산 시민의 불안도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 6월 말까지 구속집행정지 중 도주자는 총 35명으로, 이 가운데 부산지검에서 가장 많은 6명이었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부산지법에 대한 국감에서 "한국선급 모 팀장의 첫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여러 차례 수사를 받아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기각해 놓고 며칠 뒤 재청구에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며 "이런 식이라면 어떻게 부패사범 구속수사가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전 열린 법원에 대한 국감에서는 법원장들의 소신 발언이 쏟아졌다. 박흥대 부산고법원장은 박 의원이 "지역에선 대법원의 상고법원 설치 의견을 무조건 따르고 있다. 관료주의가 팽배해 있다"고 지적하자 "이미 부산변호사회 등과 합리적인 방안을 논의해 법제처에 전달했다"며 "우선 서울 설치, 여건 되면 5개 고법 관내 설치가 제 뜻이다"고 말했다.

이어 박 원장은 향판제 폐지에 대해 새정연 전해철 의원이 질문하자 "개인적으로는 폐지에 반대한다. 법관 비리를 개인 비리가 아니라 향판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법관들이 향판제 폐지에 찬성하는 것은 (비리집단으로) 매도될 바에는 없애버리자는 뜻이지 향판제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정보법학회 회장을 지낸 강민구 창원지법원장은 서 의원이 카카오톡을 둘러싼 '감청 논란'을 언급하며 감청영장 발부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하자 별도의 발언권을 얻은 뒤 "국회에서 디지털 시대에 맞는 법을 만들어주면 법원에서 잘 수행하겠다"며 국회의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이른바 '사이버 망명' 문제에 대해 "SNS에서 100% 보안이라는 것은 휴대전화를 복제하거나 암호를 가로채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