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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틀을 바꿔야 한다'는 흐름이 힘을 얻도록 도울 터"/박형준 국회사무총장

세월호 특별법에 갇힌 '정치부도'는 여야 불신 때문…중도정치, 연합정치로 바뀌어야

압도적 찬성으로 임명승인안 가결…"국회의 정책기반 역량 확충에 노력할 것"

온라인 초대석-<1>박형준 국회사무총장

  • 조송현 기자 ·뉴미디어국장 pine@kookje.co.kr
  •  |   입력 : 2014-09-18 11: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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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부산 서구 부민동의 한 식당에서 국회 정책기능 확충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조송현 기자

동서고금을 통해 뉴스의 중심은 사람이다. 인간관계의 대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온라인 시대가 도래하면서 진솔하고 생생한 '사람 이야기'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졌다. 국제신문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계의 인물을 만나는 '온라인 초대석'을 마련했다.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수년간 대학에서 야인생활을 해온 박형준(동아대 사회언론광고학부) 교수가 최근 장관급인 국회사무총장에 임명되자 "부산 정치권의 지형도가 요동친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 교수의 정치적 무게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집권당 대변인, 청와대 홍보기획관 등을 지내고 이명박 정부의 '설계자'라는 평을 들을 만큼 국정운영에 깊숙히 참여한 정치적 경륜 때문이다. 박 교수의 국회사무총장으로의 변신은 부산은 물론 우리 국회와 정치권에 무시할 수 없는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오후 부산 서구 동아대부민캠프스 인근 식당에서 박 국회사무총장을 만났다. 동료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박 총장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촉박한 시간 때문에 못다 한 인터뷰 질문은 이메일로 보내 17일 답변을 받았다.

박 총장은 "한국 정치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인식하는 여야 의원들이 상당히 많다"며 "이 같은 흐름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의장님을 도와 가능한 수준에서 정치 개혁의 모멘텀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또 "세월호 특별법을 둘싼 '정치부도' 상황의 뿌리는 이분법적 적대구도에 의한 여야의 불신"이라며 "하루빨리 이 같은 대결의 정치에서 벗어나 중도의 정치, 연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총선 출마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박 총장은 "만약 정치를 재개한다고 하더라도 부산 수영구에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 "다양한 분야서 쌓은 경험 살려 국회 긍정 변화에 일조"

 -국회를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국회사무처 수장인 국회사무총장에 임명된 소감부터 듣고 싶습니다.

▶다시 공직을 맡게 되어 큰 무게를 느낍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잘 살려 국회의 긍정적 변화에 일조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특히 과거에 비해 국회의 역할과 권한은 계속 커지고 있고 그에 따른 국정에 대한 책임도 커지고 있는데요, 과연 그에 맞는 국회 기능이 확보되어 있는가 자문해보면 부족한 점이 많다고 여겨집니다. 이를 보완하고 혁신할 일이 있으면 혁신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명박 정부 핵심인사여서 친박계의 비토가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시각이 있었으나 국회 임명 승인 동의안은 217명 중 183표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되었습니다. 어떻게 자평하시는지?

▶그런 정치적 계산보다는 국회 행정을 맡기는 데 적합한가 여부에 대해 의원들이 판단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보다는 큰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더 열심히 일할 의지를 다져봅니다.

-국회사무총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인식하십니까?

▶국회는 정책을 법과 예산으로 구현하는 곳입니다. 법률 하나를 제대로 만드는 데는 의원 한 분 한 분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국회의 지적·정책적 기반이 얼마나 충실한가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국회의 정책 기반 역량을 크게 확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가 중장기 전략과 관련된 국회 자체의 싱크탱크 기능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확충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국정 운영에 깊숙히 관여한 경험을 가진 정치인 사무총장의 취임에 대한 의원들의 반응을 어떻게 느껴셨는지요?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들의 기대는 상당히 높은 것 같습니다. 한국 정치가 이대로는 안 되고 그 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을 하는 여야 의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흐름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의장님을 도와 가능한 수준에서 정치 개혁의 모멘텀을 만드는 데 노력할 생각입니다. 개헌이나 선거제도 개편 등의 이슈는 국회의장의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이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지요. 청와대 경험이 사무총장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정을 전체적으로 볼 기회를 가졌기 때문에 모든 상임위를 뒷받침하는 국회 사무처의 역할을 이해하고 그 기능을 제고하는 데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국회가 세월호 특별법에 갇혀 5개월간 법안처리를 한 건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정치부도' 상황이 계속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돌파구는 어떻게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모든 일의 뿌리에 불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불신은 또한 진영 논리에 매몰된 한국 정치의 이분법적 적대 구도에 터를 잡고 있습니다. 이 이분법적 적대 구도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이런 사태가 이슈만 달라질 뿐 계속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정치의 틀을 바꾸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무총장으로서가 아니라 학자로서 또 정치인으로서의 제 소신입니다. 세월호법 문제와 정국 정상화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결국은 타협이 되겠지만, 그 과정에서의 비용은 엄청난 것입니다. 매사가 이러니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고 비전을 실현하는 순기능은 사라지고, 변화의 발목을 잡는 역기능만이 부각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놓여 있는 상황을 보면 이대로 흘려보낼 수 없는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기업도 개인도 정부도 모두 답답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 답답한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대증적 요법만으로는 힘듭니다. 구조적인 변화의 모색, 즉 국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인 것입니다. 이에 대한 비전을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아가려는 노력이 정치 쪽에서부터 주어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안타까운 것이지요. 여야를 떠나 구조적인 변화를 향한 새로운 모색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정치복원을 위한 청와대에 역할을 주문해보신다면?

▶제가 답변하기는 부적절한 질문입니다.

   
지난 12일 저녁 박 총장(가운데)의 취임 축하모임에 참석한 동아대 박홍석 부총장(국제전문대학원장·왼쪽)과 황기식 총장비서실장(국제전문대학원 교수). 조송현 기자


◇ 극단의 정치는 금물…중도·협의·연합의 정치 중요

 -박 총장은 '중도의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정치상황과 비춰보면 어떻습니까?

▶극단의 정치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됩니다. 중도의 정치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오늘날 세계를 보면 중도의 정치, 연합의 정치를 강화한 쪽은 경제 문제와 사회 문제를 비교적 원만히 풀어가고 있습니다. 반면에 극단의 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나라는 모두 정체에 빠져 있습니다. 또 이 극단의 정치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에서 뚜렷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민주화된 한국 사회는 이제 누가 일방으로 끌고 갈 수가 없습니다. 100% 만족을 줄 수도 없습니다. 여러 문제들을 동태적 균형 속에서 파악하고 최대공약수를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정치의 틀을 바꾼다면 이런 중도의 정치, 협의의 정치, 연합의 정치를 강화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박 총장의 내정 소식이 나오자마자 부산의 정치지형도가 바뀐다는 소리가 지역정치권에 무성했는데요.

▶과도한 말씀입니다. 사무총장은 정치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정치를 뒷받침하는 자리입니다. 저로서는 이 자리가 화려한 자리도 아니고 전면에 나서는 자리도 아닌 만큼 국가 혁신과 의회 정치 혁신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할 뿐입니다.

-부산정치권(부산의원들이)이 중앙무대에서 무력하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부산의 현안에 대해 부산의원들, 특히 17명이나 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챙기지도 못한다는 비판인데, 이에 대한 총장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답변하기 부적절한 것 같네요.

-18대, 19대 총선에서 갈등을 빚은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부산 수영·부산시당위원장)은 박 총장의 임명승인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유 의원과는 어떻게 지내십니까?

▶선거에서 치열하게 맞서다 보면 감정적 앙금이 깊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두 번의 선거를 치열하게 치르다 보니 생긴 후유증입니다만, 제 자신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유 의원에게 의도하지 않는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유 의원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지금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부산 발전과 국가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 "정의화 의장과는 오래 전부터 부산 발전 위해 의기투합한 사이"

 -박 총장을 발탁한 정의화 국회의장과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참 오래되었지요. 제가 부산에서 교수를 하면서부터 가깝게 지냈습니다. 그때는 부산 발전을 위해 서로 의기투합했고, 부산의 시민 사회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았었지요. 그런 맥락에서 포럼신사고도 만들었고요. 영호남 민간인 협의회나 문화도시네트워크도 그 연장선에서 함께 기획하고 실행했지요. 정 의장의 장점은 애국심 개혁의지 등에서 늘 처음과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고, 사람에 대한 마음 속 깊은 애정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늘 변함이 없기 때문에 자주 만나지 않아도 늘 '처음처럼' 대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개인적인 인연 때문에 저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20여 년 동안 저를 지켜봐온 결과 의장께서 생각하시는 국회 개혁 과제를 수행하는 데 제가 적합하다는 판단을 하셨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 총장은 2001년 저서를 통해 '성찰적 시민사회와 시민운동' 이란 화두를 던진 바 있습니다. 정치부도 상황이 벌어지는 오늘날 그 화두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까?

▶그 책은 한국의 시민사회가 국가 사회 발전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커지고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 여부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했지요. 시민사회가 과잉정치화 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보았습니다. 시민운동도 생활의 영역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발전 과정에 대한 성찰을 통해 민주화와 산업화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새로운 국가발전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고 그 방향은 '바리케이드 정치'가 아니라 '원탁 정치'라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그 방향은 지금도 유효하고 최근 한국형 국가발전모델의 전환에 대한 새로운 책을 탈고해 출판사에 넘겼습니다.

-대학에서 인기 많은 교수로 알려져 있는 반면 폴리페서라는 비판도 있는데요?

▶폴리페서 맞지요. 그런데 폴리페서는 무조건 안 된다는 시각 역시 교조적 생각이지요. 사회과학을 한 사람으로서 실천의 영역에서 학문적으로 닦은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활동을 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는 없습니다. 교수가 정치를 할 때 정치를 했냐 안 했냐가 아니라 정치에 참여해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가 판단 기준이 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자신의 정치철학을 간단히 설명하신다면?

▶비전이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적대의 정치와 상대를 짓밟는 정치보다는 함께 진화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외유내강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다음 총선에 출마할 것인지요?

▶현재로서는 어떤 확정적인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생각뿐입니다. 한국 정치가 워낙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제가 지금 단언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다만 정치를 재개하더라도 수영으로 돌아가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프로필

▷1960년 부산 출생 ▷대일고, 고려대 ▷동아대 사회언론광고학부 사회학 전공 교수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부산 수영) ▷한나라당 공동대변인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통령실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사회특별보좌관 ▷국회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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