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서있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혁신공감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원래 있던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상돈명예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 무산 파동 와중에 탈당설이 불거진 지 3일만이다.

하지만 '상처투성이' 복귀다. 현재로서는 그의 앞날도 가시밭길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8월4일 비상대권을 거머쥐며 7·30 재보선 참패의 늪에 빠진 제1야당을 재건할 '원톱' 구원투수로 화려하게 당 전면에 섰다. 하지만 두 차례의 세월호특별법 협상 추인 불발과 비대위원장 영입 무산 파동 등 세 번의 실패로 리더십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강경파 의원 20명이 이날 오전 회동에서 일단 '한시적 당직 유지' 수습책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거취 논란은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시한부 대표'로 전락하면서 영을 세우기는 이미 어려워진 상태이다. 특히 강경파 의원들은 여전히 '조기 사퇴'에 방점을 두면서 의총 소집을 요구하는 등 압박을 이어갈 태세이다.

초선 은수미 의원은 트위터글에서 "박 위원장은 세월호에서 손을 떼라"며 협상팀 재구성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사면초가에 몰리면서 당내에서 고립된 처지이다. 대표적 지지기반이었던 초·재선 강경파 등 우호그룹이 등을 돌렸고, 영입 무산 과정을 둘러싼 진실공방으로 문재인 의원과도 멀어지게 된 흐름이다. 정세균계와 문 의원을 뺀 상당수 친노계와는 일찌감치 긴장·갈등 관계가 형성된 터였다.

당 일각에선 박 위원장이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 및 이들과 가까운 중도파와 손을 잡고 기반 확대를 시도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지만, 현실화될지는 미지수이다.

내부 소통 부재로 표출된 독단적 리더십 논란이 당내 여론을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그 스스로 '부드러운 직선'을 표방하며 이미지 개선에 나섰지만 '미완의 시도'에 그치게 된 셈이다. 반대파 사이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독선과 다른 게 무엇이냐"는 원색적 비난도 쏟아진다.

참지 못하는 특유의 직선적 성격은 그동안 재벌·검찰개혁과 대여공세의 선봉에서왔던 그의 선명성을 견인하는 추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리더로서는 '독'이 됐다는당내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벼랑 끝에서 꺼내든 탈당 카드가 결국은 해프닝성 사건으로 귀결된 것도 '박영선 스타일'에서 비롯됐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사실상 1인 지도부로서 탈당을 거론, 당을 아노미에 빠트린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도 그에게 멍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호적 인사들은 박 위원장이 고질적인 계파정치의 희생자가 된 측면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3선의 박기춘 의원은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일부 그룹에서 이어지는 마녀사냥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좌초되긴 했지만 기존의 강성 이미지를 벗고 '탈(脫) 투쟁정당화'에 나섰던 실험 자체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 인사를 영입하려 했다 무산된 사례는 계파이해 관계에 매몰된 폐쇄적 이념정당에 맞선 '용기있는 외로운 도전'으로 부각되면서 제1야당의 현주소에 염증을 느끼던 중도·무당파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야권내 대표적 여성 정치인이라는 상징성도 여전히 그에게는 자산이다.

박 위원장은 직을 내려놓는대로 당분간 '와신상담'을 하며 재기의 기회를 엿볼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협상에서 극적 반전에 성공한다면 명예회복의 자양분이 될 수 있겠지만, 박 대통령이 전날 세월호 문제에 대한 강경입장을 천명한 뒤여서 협상전망은 매우 어두워 보인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