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막힌, 청와대로 가는 길-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 회원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보 1배를 하고 있다. 이들은 485만 명이 서명한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었지만 경찰병력에 가로막혀 중단됐다. 연합뉴스

- 야 "의장 중재 기다리겠다"
- 여 "독자안 내면 분란 생겨"

세월호 특별법 국면에서 여야 및 유족 간의 협상이 한 치의 진전도 보지 못하면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중재를 시도하고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정 의장은 2일 언론인터뷰와 전날 정기국회 개회사 등을 통해 "여야가 조금만 더 양보하고 타협하기 위해 노력하고, 유족들께서도 100% 만족을 줄 수 없는 정치의 한계를 조금만 더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주신다면 이 진통은 충분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의회는 최대공약수를 찾아내는 장이고, 이것이 의회민주주의의 본령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정 의장은 "세월호 진상조사는 유족들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통해 철저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국회의장인 저부터 철저한 진상 조사와 대안이 마련되는 과정을 지켜볼 것이며, 만일 조금이라도 소홀함이 있다면 앞장서 막아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금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유족들이 정치권을 믿지 못하는 데서 출발한 만큼 국회의장이 나서 신뢰를 담보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국회의장실의 한 관계자는 "개회사에서 언급했듯이 조금씩 양보해서 해답을 찾아보자는 것"이라면서 "신뢰 부족으로 유족들이 합의안을 수용하지 않은 만큼 그 부분에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도 이날 진도 방문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의장께서 오늘 백령도에 갔다가 오후에 돌아오면 중재를 해보겠다고 하셨고, 유족들에게도 그 뜻을 전했다"면서 "의장의 중재를 한 번 기다려보는 게 어떤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통화에서 "여당과 야당, 또 여당과 유족 간에 많은 대화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데 그 내용을 잘 모르시는 의장께서 독자적인 안을 내신다면 분란만 가속화 할 가능성도 있다"며 "좀 신중하게 접근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해 정 의장의 '역할론'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국회의장실은 "김 수석부대표가 뭔가 오해를 한 듯한 데, 의장은 모든 협상 과정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면서 "의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 지금까지 금기처럼 여겨온 '유족들의 양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해 주목된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족들도 이제는 냉정을 좀 되찾으시고 대한민국 헌법 근간을 생각해서라도 수사권·기소권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국회를 해방해 주셔서 일단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새정연 박주선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유사한 대형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모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거기에 별도의 수사권·기소권을 준다는 것은 우리 형사법 체계를 크게 벗어나는 일"이라며 유족 측의 수사권 및 기소권 요구에 대해 반대 견해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