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김병권 위원장 등 유족 대표 5명이 25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이완구(왼쪽 두 번째)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등과 면담하기에 앞서 세월호 특별법 관련 새누리당의 태도변화를 요구하며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회일정 보이콧·장외투쟁 시사
- 새누리 "유족, 입법주체는 불가"
- 9월 정기국회까지 파행 전망

새정치민주연합이 25일 세월호 정국 마지막 카드인 '3자협의체' 수용을 압박하며 여당에 '최후통첩'을 하면서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정국경색이 장기화하면 8월 임시국회 공전은 물론 9월 정기국회까지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정연이 이날 여당이 3자 협의체 구성을 끝내 거부할 경우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할 수도 있다며 대여 강경 입장으로 선회했다. 의원들도 두 차례에 걸친 의원총회에서 '전면전'에 힘을 실었다. 의총에서는 심지어 '의원직 총사퇴' '장외투쟁' '단식농성' 주장까지 공개적으로 제기, 야당이 다시 '거리'로 나갈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강경 대응은 당내에서 제기되는 세월호법 협상 책임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총에서 두 차례의 협상안 '불신임'에 따른 책임론을 감안한 듯 "제가 모자란 탓"이라고 사과하며 일단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대여 관계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선명성 회복을 내걸어 정면돌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학영 의원 등은 "선수가 두 번이나 케이오(KO) 당했으면 이제는 국민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장외투쟁을 주문했으며, 일부 의원은 의원직 총사퇴까지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연이 세월호 국면 해결의 출구가 막막한 상황에서 일단 대여 강경 기조로 돌아섰지만 장외투쟁 방식 등 구체적 각론을 놓고는 강경파와 온건파 간 노선투쟁이 재연될 공산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3자 협의체' 수용 불가를 재확인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지만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데다 분리 국정감사, 2013년도 결산안 처리 등의 현안이 줄줄이 표류하고 있는 만큼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에 발목 잡혀서 한국 경제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만큼 국회에서 심각하게 대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야당에서도 세월호 민생법안 분리처리 방안을 얘기하는 것으로 아는데 세월호 가족뿐 아니라 매일매일 고달픈 일상인 우리 서민들을 위해서 법안 분리처리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새정연이 의원총회를 통해 3자 협의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강경 투쟁을 예고한 데 대해 "자신의 잘못을 여당에 전가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강력 비판하며 "유족과의 대화와 의견수렴은 언제라도 가능하지만 유족이 입법주체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26일부터 실시키로 했던 분리국감이 사실상 무산된 데 대해서도 "새정연은 분리국감을 연기시킬 심산이라면 대국민 사과부터 해라"고 촉구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 유족 대표들과 면담을 가졌지만 신경전이 오갔고, 면담분위기도 험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