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오른쪽) 원내대표와 우원식 최고위원이 31일 국회 본청 앞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새정치' 실패 안철수, 대권가도서 뒤처질 듯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려야 질 수 없는' 7·30재·보선에서 참패하면서 대혼돈에 빠져들었다. 6·4지방선거에서 '옐로카드'를 내민 지 두 달 만에 '레드카드'를 꺼내 든 차가운 민심 앞에 새정연은 재창당 수준의 전면적 개편을 요구받고 있다.

■'시계 제로' 새정연

무수한 관측에도 불구하고 31일 공식적으로 '조기 전대론'을 입에 올리는 사람은 없었다.

당초 선거에 패배하면 당장 친노(친노무현)계를 비롯한 구주류가 공천실패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조기 전대론'을 공론화시킬 것으로 점쳐졌으나 역설적으로 패배의 정도가 궤멸 수준이어서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 전체가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즉각적 계파 충돌로 치달을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탓 이기도하다.

그럼에도 차기 당권을 둘러싼 계파 간 주도권 다툼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 전당대회 룰 등이 쟁점으로 떠오르면 이 과정에서 친노계와 486그룹, 정세균계, 박지원계, 박원순계 등이 치열한 투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대표는 2016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계파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당의 실질적 최대주주인 친노계 문재인 의원이 당권경쟁 전면에 나설지 최대 관심이다. 이 경우 재·보선 참패가 야권의 대권경쟁 구도를 급변시킬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오랜 패배의 역사를 끊고 수권정당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노선 재정립과 당 쇄신 등 좌표 설정을 둘러싼 논쟁도 재연될 전망이다.

당 중진인 신기남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통합을 한 것만으로 할 일을 다한 게 아니었다"며 "명확한 진보노선을 설정하고 진화를 거듭해 나가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안철수의 새 정치도 '철수'

이번 재·보선 참패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인물은 안철수 공동대표다. '새 정치' 실현을 기치로 정치에 입문, 지난 3월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투톱을 이뤘지만 불과 4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면서 정치생명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첫 시련은 당 통합의 명분이자 새 정치의 상징으로 제시했던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하면서 찾아왔다. 이후 6·4지방선거에서는 측근인 윤장현 광주시장의 전략공천을 강행해 엄청난 역풍에 시달렸다.

7·30재·보선 공천 과정에서도 '패륜공천', '돌려막기 공천', 원칙 없는 야권연대 등 전략실패로 충격적인 패배를 함에 따라 새 정치는 더욱 퇴색하게 됐고, 취약한 당내 기반 속에서 자기세력 만들기에도 실패함으로써 차기 대권 가도에서도 멀어지게 됐다.

그러나 안 공동대표의 퇴장에도 불구하고 '소멸된 카드'는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손학규·김두관 상임고문의 패배로 당내 '대선주자 풀'이 줄어든 데다 친노와 비노(비노무현)의 중간자적 역할을 할 수 있고 야권의 외연 확장에 여전히 유효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평의원으로 돌아간 안 공동대표는 한동안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재기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안 공동대표의 향후 행보와 관련, 한 측근 인사는 "일단은 성찰이 필요한 때"라면서 "자신에 대한 성찰은 물론 야권이 어떻게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