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전남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30일 밤 순천시 새누리당 전남도당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지지자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 친노적자 서갑원 꺾고 파란
- 18년 만에 꽂은 새누리 깃발

- "미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 정권실세 이미지 뒤로하고
- '예산폭탄론'으로 승부 주효

- 지역주의 극복 아이콘 우뚝
- 당내 친박 쇠퇴 속 위상 강화

7·30재·보선의 최대 이변은 수도권이 아닌 전남 순천·곡성에서 벌어졌다.

새누리당 불모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입'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친노적자'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누르는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1995년 광주 광산구 시의원 선거, 2004년과 2012년 광주 서구 총선에 이은 네 번째 호남 도전에서 이룬 값진 성과다.

15대 총선 전북 군산을에서 강현욱 전 의원이 신한국당 소속으로 당선된 이후 18년간 새누리당 쪽 후보가 호남에서 당선된 것은 처음이다.

당초 이 지역은 사전투표율 전국 1위를 보인 데 이어 30일 최종 투표율 51.0%로 선거에 대한 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 후보의 고향인 곡성 지역의 인구는 3만1000명에 불과한 데 비해 서 후보의 고향인 순천의 인구는 27만7000명에 달해 이 후보에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 후보는 개표 초반 곡성 표심을 싹쓸이한 데 이어 순천에서도 우위를 굳혀가면서 반전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이 후보는 출마 일성부터 '예산폭탄론'을 내걸어 민심을 공략했다. 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4년간 예결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며 호남 예산 확보에 주력해 '호남예산 지킴이' 역할을 해온 것을 부각시켰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지냈지만 정권 실세 이미지는 철저히 뒤로 하고 '미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곳곳에 걸어 일꾼 이미지를 강조했다.

유세에서는 "2년 동안 머슴같이 부려 먹고 쓰레기통에 버려달라"고 호소하며 주민들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순천대 의대를 반드시 만들겠다"거나 "율촌 공단 진입로 건설에 필요한 821억 원을 확보해 대기업 유치에 나서겠다"는 등 철저히 지역개발 공약으로 승부했다.

영남의 새누리당 독식 못지않게 새정연 장기 독식에 회의감을 느낀 호남 유권자들이 다른 선택이 가능함에도 끈질긴 호남 도전의 진정성을 보여준 이 후보를 만나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새정연 김부겸 후보가 대구시장 선거에서 40.3% 득표율로 선전하며 지역주의 극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이 후보는 한국정치에서 '지역주의 극복의 아이콘'을 선점하게 됐다. 이로 인해 이 당선자의 당내 위상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체제 출범 후 친박(친박근혜)계가 쇠퇴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가 생환함으로써 당내 친박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당·청관계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꼭 한 달 전 출마 선언에서 "저는 호남 출신이기 때문에 호남에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 호남밖에 갈 곳이 없기 때문에 호남에 출마하는 것이다. 국회에 들어가 호남 발전을 위해, 정치 발전을 위해 미치도록 한 번 일 하고 싶어하는 저의 진심을 부디 받아달라"고 호소했던 이 당선자는 이날 개표 직후 "곡성 군민, 순천 시민이 정치를 바꾸는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감격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