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북한 응원단이 응원하는 모습.

- 시진핑 주석 국빈 방한 후
- 한중 밀착에 견제감 작용
- 북일 관계 개선 자신감도
- 최고 형식의 '유화 제스처'

- 정부 "여전히 진정성 없다"
- 응원단 외엔 수용 않기로

북한이 우리 정부의 거듭된 거부에도 평화공세를 계속 펼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북아 정세에 자신감?

북한은 7일 고 김일성 주석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명한 남북관계 문건인 '7·7문건' 서명 20주년을 맞아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북남관계 개선과 조국통일의 새로운 전환의 시대를 열어나가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라고 밝혔다.

이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 이후 국방위원회 중대제안(1월 16일),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2월 5일), 고위급회담(2월 12일), 이산가족상봉(2월 20∼25일), 국방위원회 특별제안(6월 30일)까지 이어지는 평화공세 흐름 속에서 이해된다.

특히 우리 정부가 북한의 끊임없는 대남 구애를 '진정성 부재'를 이유로 거부하고 있음에도 북한이 '정부 성명'이라는 최고 형식으로 초강수를 둔 것은 자신들의 진정성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감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남한 방한에서 나타난 한중관계 밀착과 북일관계 개선 흐름 속에서 한중일 관계를 자국 중심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를 보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 주석이 지난 3일 방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간 해결원칙에 입각한 남북대화를 촉구한 데 대해 응답할 필요성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일 북일 간 '스톡홀름 합의'에 따라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과 일본의 대북 독자제재의 일부를 해제하는 등 합의 이행이 본궤도에 오르고 북일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데 따른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전한 선 긋기

북한은 올해 인천아시안게임에도 응원단을 파견한다고 7일 밝혔다. 같은 날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강원도 원산 앞바다 섬 초소 웅도 방어대를 찾아 포사격 훈련을 시찰한 모습이 공개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이 같은 과감한 조치에도 정부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북한의 이번 성명은 핵보유에 대해 "공화국의 핵 무력은 외세의 침략 야망을 억제하고 민족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담보"라는 기존의 주장을 이어갔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을 "시대에 역행하는 반민족적 행위"로 규정하는 등 진정성을 보여주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제적 관례를 이유로 올 9월 아시안게임 북한 응원단 파견에 대해서는 수용하겠지만 이번 북한의 성명을 계기로 전면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다음 달 중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열린다는 점에서 이달 중에 남북관계 개선의 기반을 만들지 못하면 오히려 악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정부가 북한의 핵문제를 대화로 풀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번 성명을 계기로 고위급 회담 등을 개최해 핵문제를 포함한 모든 사안을 논의하자고 역제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