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부산시 공무원들이 부산시청사 로비에 설치된 출입문을 거쳐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부산이 도약하려면 공직 사회에 창의와 도전이 살아 숨 쉬도록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국제신문 DB |
- 시 산하 공공기관 감사·임원에
- 선거공신·퇴직공무원 앉히면
- 전문성 떨어지고 '바른말' 못해
- 정치인 출신 장점 십분 발휘해
- 창의적 시정 분위기 만들어야
- 민간인 출신 인재 적극 물색도
- 학연·지연 타파 공정한 인사를
부산은 공무원 도시다. 공무원이 도시를 지배한다. 부산시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공무원은 시를 비롯해 산하 사업소를 합하면 6900여 명이다. 경찰을 제외하면 최대 조직이다.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까지 합하면 시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사람은 1만 명이 넘는다. 공무원은 시민을 위해 봉사한다고 하지만 시민은 아직도 공무원이 시민 위에 군림하는 느낌을 강하게 갖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공직사회를 개혁해야 할 시대적 과제를 안았다.
■낙하산·관피아 고리 끊어라
서 당선인이 공직사회를 개혁하려면 첫 번째 과제는 선거 공신을 챙기는 이른바 '낙하산'과 공무원 출신을 공기업 임원으로 임명하는 '관피아' 폐습을 끊는 것이다. 그동안 주요 공기업의 감사 자리는 시장 선거의 공신들이 채웠고, 임원 자리는 부산시 공직자 몫이었다. 감사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고액 연봉을 받아 선거 결과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공기업 임원 자리에 공무원 출신을 임명하는 것은 인사의 숨통을 트고, 시와 원활한 업무 협의를 위한 목적으로 포장됐다. 전문성과 무관한 인물로 채워지면서 공기업 경영 악화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퇴직을 앞둔 고위 공무원은 공기업 임원 자리로 옮기기 위해 시장에게 직언할 수 없다. 맹목적 충성으로 시정의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이런 폐단을 없애려고 노력한 사람도 있다. 배영길 전 행정부시장은 공기업 사장 자리를 물리치고 봉사단체인 대한적십자사 부산 회장 자리를 선택해 본보기가 됐다.
17일 현재 부산시의 공기업 임원 현황을 보면 부산지역 6대 공기업 임원 중 74%가 부산시 공무원 출신이다. 기술인의 마인드가 필요한 공사의 최고 경영자 자리는 기술직이 아닌 행정직이 차지하고 있다. 업무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장이 대부분이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현정길 정책위원장은 "부산시장은 그동안 역대 공기업 대표 자리를 시 행정관료의 경로당으로 만들었다. 사전에 검증하도록 새 시장에게 인사청문회 도입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사고(?) 치는 공무원 우대해야
본지가 지난해 12월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행정 선진화를 위해 중점을 둬야 할 것'을 묻자 시민은 '공개 행정으로 시민 신뢰 제고'(31.3%)와 '인사 및 예산 집행의 투명성 제고'(18.8%)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전문가 몇 명 모아 놓고 현안을 결정하는 밀실행정에 시민은 고개를 돌린다고 봐야 한다. 이 같은 답변은 그동안 인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전개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공직사회 개혁 없이는 서 당선인이 추구하는 '시민이 행복한 도시'는 힘들다고 본다. 시정 발전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사고 치는(?) 공무원을 선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정의 가치는 공유하되, 행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공직사회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지역 공직사회는 이런 창의성보다는 구태의연함이 주를 이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출신 시장의 한계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공무원은 튀기보다 보신에 힘을 쏟았다. 정치인 출신의 서 당선인은 시정 분위기를 창의성이 넘치도록 확 바꿔야 한다.
지역사회 지도자들은 민간이 참여하는 시정혁신위원회를 꾸려 공직사회 개혁을 이끌라고 제안했다. 이곳을 중심으로 조직을 진단하고, 새 시대에 맞는 조직 체계를 갖춰, 미래 지향적인 공직자상을 창조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황한식 공동대표는 "공무원과 선거 공신만으로는 통합과 혁신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여야를 넘어 시민적 개념으로 가야 한다. 위원장부터 민간인 출신을 앉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
서 당선인이 공언한 대로 '일하는 시장'이 되겠다면 일하는 공무원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을 하려면 인사가 공정해야 한다.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승진하고, 적합한 인물을 적당한 직책에 보임하는 것이야말로 조직의 건강성 확보에 필수조건이다.
시장과 같은 고향이라고, 동문이라고, 같이 일한 경험이 있다고 주요 보직을 주는 것은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려 수동적인 자세를 갖게 한다. 인사관리 전반에 걸쳐 객관성과 공정성,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나 공감하는 인사 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소수 직렬에 대해 차별 없는 인사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부산공무원노조 김수일 위원장은 "현재와 같이 소수 직렬 책임자 자리를 행정직이 꿰차서는 조직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서 당선인이 취임하면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 국가안전처 신설에 따른 안전 관련 조직을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안전을 총괄하는 자리는 안전 전문가를 임명해야 한다. 현 공무원 중에서 적임자가 없다면 외부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시민의 신뢰를 받는 부산시정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행정을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정 체계를 일자리 중심으로 확립하고,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의 경영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민참여형 예산제도와 도시계획제도를 도입하는 등 시정 주요 업무에 시민 참여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 시 산하 공기업은 퇴직공무원 '경로당'…19개 임원자리 중 14개 차지
■ 부산 '관피아' 현주소
- 경영성과 없어도 임기 3년 채워
| |  |
| 부산시청 전경.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다음 달 1일 취임식을 갖고 시장 업무를 시작한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부산시 산하 공기업 임원은 전직 공무원의 '잔치'다. 17일 부산시 공기업 임원 현황을 보면 부산교통공사, 부산도시공사, 부산관광공사, 부산시설공단, 부산환경공단, 스포원(옛 부산경륜공단) 등 시 산하 6개 공사·공단의 임원 자리 19개 가운데 14개를 시 출신 공직자들이 차지했다.
교통공사는 임원 5명 가운데 운영본부장을 제외한 사장, 기획본부장, 경영본부장, 건설본부장을 부산시 고위 간부 출신이 맡고 있다. 사장은 시의회 사무처장 출신, 기획본부장은 시 교통국장 출신, 경영본부장은 연제구 부구청장 출신, 건설본부장은 시 건설방재관 출신이다. 감사는 6·4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공석이다. 운영본부장만이 자체 승진했다.
도시공사 역시 임원 4명 가운데 상임감사를 제외한 사장, 관리본부장, 건설본부장이 부산시 전 간부 공무원으로 채워졌다. 사장은 시 상수도사업본부장, 관리본부장은 북구 부구청장, 건설본부장은 시 도시개발본부장을 지냈다. 감사는 새누리당 당직자 출신이다.
임원이 2명인 관광공사는 최근 김수병 전 부산MBC 사장이 대표이사가 됐지만, 상임이사는 해운대 부구청장 출신 인사가 맡고 있다. 부산시설공단의 이사장과 경영본부장은 부산시 복지건강국장과 사하구 부구청장 출신에게 돌아갔다.
부산환경공단도 이사장, 경영이사, 운영이사 등 임원 3명 모두 시 공무원 출신이다. 이사장 자리는 북구 부구청장, 경영이사는 시 여성가족정책관, 운영이사는 시 환경보전과장 출신이 꿰찼다. 레포츠 전문 공기업인 스포원에는 임원 두 자리 중 이사장을 업무 연관성이 낮은 시 교통국장 출신이 맡았다. 상임이사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출신 인사가 오는 10월 2일까지 맡는다. 시 산하 6대 공기업 임원 임기는 모두 3년이다. 한번 임명되면 경영 성과 등에 상관없이 임기를 채웠다. 퇴직 공무원이면 으레 거치는 필수코스로 인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