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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회의실에 마련된 부산시장 취임준비위원회(시정 인수위) 사무실에서 서병수 당선인이 참모진과 첫 회의를 하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 하루 0.63명 교통사고 사망
- 5대 범죄 5년 전보다 28%↑
- 생활 속 안전시스템 확충
- WHO 공인 국제안전도시
- 이름 걸맞게 내실 다져야
- 신고리 완성 땐 12기 밀집
- 부산시는 법적인 권한 없어
- 긴급사태 터져도 참여 못해
- 시장직속 대책위 상설 운영
- 정부와 파트너십 확립 필요
- 원전인근 소방서 설치 시급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경쟁력을 보여주는 잣대로 대형 재난에 대응하는 안전 시스템이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 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재난에 대응하는 것 외에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는 교통사고와 범죄 발생 건수를 줄이는 것도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표로 부상했다. 특히 부산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한 곳이고, 한반도 남단에 위치해 태풍 등 자연재해에도 민감한 도시다. 전국에서 초고층빌딩이 가장 많은 도시이기도 해 대형 재난 발생의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를 염두에 두고 몇 년 전부터 도시 안전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국내에서 광역시 단위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국제안전도시 공인을 받았다. 하지만 공인을 받자마자 부산항·남항 연결도로 공사 과정에서 거푸집이 무너져 근로자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제 공인을 받았음에도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 교통약자 보행권 확보 관심을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생활 속에서 일어나기 쉬운 안전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시민들의 바람이다. 산을 끼고 있어 비탈길이 많은 환경을 가진 부산은 복잡한 도로 탓에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도시다. 지난해 부산 지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1만2789건으로, 231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1만7860명에 달했다. 하루에 0.63명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부산경찰청과 대대적으로 벌인 신교통문화운동의 영향 등으로 교통사고 건수는 14%, 사망자는 8% 감소하는 효과를 거두긴 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14세 이하 어린이와 61세 이상 노인의 사망자 수는 오히려 전년보다 늘어났다. 교통 약자에 대한 정책을 강화해야 함을 통계는 보여주고 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아동과 노인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다는 것은 보행권과 관련이 있다. 서 당선인은 차보다 사람을 더 중시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교통사망자 증가에 대한 대책으로 부산시가 중심이 돼 시교육청과 경찰청이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논의하는 협의체를 발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전도시가 되려면 치안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부산경찰청의 범죄 통계를 보면 부산의 5대 강력범죄는 5년 전에 비해 1만197건이 증가했다. 지난해 살인과 강도 등 5대 범죄는 4만7138건이 발생해 5년 전인 2008년보다 28% 증가했다. 시장이 치안과 관련해 권한을 갖고 있지 않지만, 안전도시 구축에 꼭 필요한 요소인 만큼 경찰청과 협조해 범죄 예방 정책을 펴야 한다. 부산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셉테드(CPTED·범죄예방디자인)는 이런 점에서 좋은 방안이다. 서 당선인은 도시계획과 셉테드를 연계하는 등 현재보다 한 발 더 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 원전 안전에도 목소리 높여야
고리에는 현재 모두 6기의 원전이 있다. 현재 신고리 3·4호기가 건설 중이고 오는 9월부터 신고리 5·6호기 건설도 시작된다. 정부의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신고리 7·8호기도 건설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부산에는 모두 12기의 원전이 들어서는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지역이 된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원전 안전과 관련해 전혀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속 빈 강정'이다. 고리원전 안전 문제에 개입할 법적인 권한이 전혀 없다. 이에 올해부터 확대 개편된 원자력안전위원회 고리원전 지역사무소에 부산시 인력을 파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산시장 직속의 시 원자력안전대책위원회의 상설 운영 및 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공식 파트너가 되는 법적 근거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시 소방본부가 원전 내 화재 발생 시 즉각 출동할 수 있도록 원전 인근에 소방안전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는 고리본부가 자체적으로 소방인력을 채용해 화재에 대응하고 있다. 경성대 김해창(환경공학과) 교수는 "부산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해당 지자체가 그 생산처의 안전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새 시장은 관련 법률을 개정해 부산시와 시민이 안전 감시에 참여할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소방이 구조·구급 상황 시 출동하는 시간은 다른 도시보다 늦다. 부산시의 자료를 보면 골든타임인 5분 이내 현장에 출동하는 비율이 77.31%에 그쳐 서울(97%) 대전(93%)에 비해 턱없이 낮다. 장기적으로는 도로 폭을 넓혀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 '주민 밀착형 소규모 119지원센터'를 취약지역에 설치하는 것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무엇보다 출동시간을 전수조사해 소방 안전지도를 작성하는 게 급선무다.
동의대 류상일(소방행정학과) 교수는 "평상시에는 제 일을 하다 불이 났을 때 소방대원으로 활동하는 독일연방기술구조단과 같은 조직을 창설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