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에서 부산 시민은 여권의 중진 정치인을 선택했다. 하지만 '절반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쳐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남은 절반을 추스르고 지역 발전을 이끌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부산의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담대한 비전'을 만들고, 문화와 복지, 환경 등 시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향후 4년 동안 비전과 시민 삶의 질을 시정의 핵심 두 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로 16년 관료정치에 종지부를 찍은 점을 들고 있다. 고 안상영 시장과 허남식 시장은 모두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들은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 등으로 상징되는 도시 인프라 확충에 성과를 냈지만 명실상부한 동북아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부산의 미래 먹거리 창출 측면 등에서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많다.
서 당선인은 각종 현안 자체에만 얽매이지 말고 더욱 큰 그림을 그려, 부산을 '사람이 모여드는 도시'로 바꾸는 비전과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시민들의 바람이다. 서 당선인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동남권 신공항을 뛰어넘는, 더욱 큰 먹거리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신성교 연구지원실장은 "새 시장은 부산을 제대로 진단하고 미래도시 부산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이를 만들어내고 시민과 공유하는 게 새 시장이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의 인구는 1996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1996년 389만 명을 기록한 후 매년 2만~3만 명씩 줄어 이제는 350만 명에 머물고 있다. '사람이 떠나는 도시'라는 게 부산 문제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사람이 빠져나가는 도시에는 미래가 없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모여드는 도시의 전제 조건으로 일자리 창출과 대학 경쟁력 향상을 꼽았다. 지난 1분기 지역 고용률은 54.9%로 전국 평균(58.8%)에도 못 미쳤다. 각종 대학 평가에서 상위 10위 안에 드는 지역 대학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황한식 공동대표는 "도시경쟁력은 물론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두 가지는 일자리와 대학이다. 차기 시장은 우선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서 당선인이 대학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이 돼 지역 대학 역량을 높이는 최일선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모이는 활력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원전 안전'도 빼놓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지역에서 원전을 줄여가는 것 역시 서 당선인이 추구해야 할 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시장이 되는 순간 서 당선인은 기존의 '친박근혜계'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리원전 1호기는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당당하게 이를 즉각 폐쇄하라고 요구하는 시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