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의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인물을 뽑는다는 점에서 일반 자치단체장 선거와는 차별성이 있다. 지역의 교육정책이 잘못되면 궁극적으로는 향후 100년의 틀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학교수와 전문가 등 18명으로 짜여진 국제신문 매니페스토 평가단이 경남도교육감 및 울산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훑었다. 평가 지표는 재정적·정치적 실현 가능성, 반응성, 경제적·사회적 효율성 등 12개였다.
경남과 울산의 교육감 선거 출마 후보들은 대체로 학생들의 학력 신장 방안과 청렴도 제고, 무상급식 실시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당연히 공약도 이 부분에 집중됐다. 유권자의 표심을 가를 결정적인 요인이 여기에서 나온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평가단은 후보들이 제출한 공약에는 탄탄한 것들도 적지 않아 나름대로 준비를 한 것 같다며 일단은 호평을 했다. 또 교육현장서 불거지는 여러가지 문제점에 대해 어떻게든 해결책을 제시해보려는 노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약(空約)'에 불과한 것들도 많았다. 특히 무상급식 실시나 학비 면제 등 지역 교육청으로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사안들에 대해서는 너무 안일하게 접근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사업 추진에 가장 필수적인 재원 조달 방안에도 군데군데 빈 틈이 발견됐다. 또 그다지 중요성이 있어 보이지 않은 것들이 핵심공약으로 제시돼 아쉬움을 주었다. 일부 평가위원들은 급조된 느낌이 든다는 혹평까지 했다.
평가단의 한 교수는 "적어도 교육감 선거에 나올 인물이라면 임기 중에 자신이 펼칠 정책에 대해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시류에 편승하거나 남들과 차별화된 공약을 내놓지 못한 후보도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한 교육전문가도 당선 여부를 떠나 교육감 선거 출마자라면 아이들의 평생을 책임진다는 생각에서 공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경남
■ 경남 고영진
- '인성중심교육' 등 공약 무난…상당수 재원조달 방안 없어
고영진 후보는 현 경남도교육감이다. 자신이 선거에서 이길 경우 정책의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공약을 제시했다.
'학업 중도 탈락자 제로화 및 인성중심교육 강화'(공립 대안중학교 1개교 신설·대안학교 및 대안교실 확대 운영 등)는 교육감의 의지와 역량으로 집행이 가능해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원 조달을 위한 구체성이 빠진 것은 '옥에 티'가 됐다. '교육 격차, 소외계층 없는 교육환경 조성'(기숙형 거점중학교 및 특수학교 신설 등)은 현재로서는 법령상 제약이 없는 공약이다. 반면 특수학교가 학생들 간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학교폭력, 사고 없는 안전한 교육환경 구현 및 건강한 무상급식 시행'(안전한 학교 완성·학생 안전 체험관 설치 및 운영·학교 폭력 유형별 매뉴얼 보급 등)은 취지는 좋으나 구체적인 이행 계획과 소외되는 학생에 대한 대안이 없는 것이 아쉬움으로 거론됐다. 또 학교 폭력 유형별 매뉴얼 보급은 실효성 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꿈과 끼를 키우는 창조교육 실현'(공립 예술고 1개교 신설 및 문화·예술·체육활동 공간 마련 등) 공약은 추진을 해 볼만한 것이지만 도교육청 차원에서 막대한 재원을 조달하기기 쉽지 않아 실행에 의문이 제기됐다. 또 광역지자체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점도 한계로 거론됐다. '함께 가는 따뜻한 교육'(무상급식 지속 추진 및 대상자 확대·세 번째 자녀부터 학비 전액면제 등)은 재원만 마련된다면 실시가 가능한 무난한 공약으로 인정받았다.
■ 경남 권정호
- '학력 도단위 1위' 실행가능성 높지만 당연한 '약속' 많아
권정호 후보는 이전에 경남도교육감을 지낸 바가 있다. 따라서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공약이 많았다. 평가단은 이런 것들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스스로를 옥죄는 한계가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청렴도 전국 1위 되찾겠다'는 공약은 자신의 재임 중 이뤘던 성과를 재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현 고영진 교육감 체제에서 순위가 크게 떨어진 것을 지적하면서 상대 후보와의 차별성도 부각시켰다. 그러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슬로건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냉정한 평가가 내려졌다.
'무상급식 질 제고'(투명한 급식행정을 위한 도민참여 시스템 도입·학교급식연구원 설립 등) 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연구원의 규모나 세부 계획 등이 구체적이지 않은 것은 흠으로 여겨졌다. '학력 전국 도단위 1위 기틀 마련'(전시행사 및 불필요한 각종 대회 폐지·교사 공문서 처리 부담 80% 감축 등) 공약은 교육감 의지에 따라 실행 가능성도 높고 학생과 교사 모두의 만족도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반면 예산 편성 등이 적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소외계층 자녀 건강지키기'(중증질병으로부터 아이들 지키는 고액질병 복지보험 도입·저소득층 자녀 의료 바우처 제공 등)는 추진할 가치가 있는 공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행을 위한 법제 정리 등이 구체적이지 못했다. '안전한 학교 만들기'(초등학교 폭력예방 인권교육 강화·사회봉사단체들과 학교안전지도관 운영) 공약에 대해서는 평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 경남 박종훈
- '체육복 무상지급' 호평 속 '맞춤 대안학교' 현실성 낮아
박종훈 후보는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인사답게 타 후보와 차별성이 있는 공약을 내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반면 이상에 비해 현실성이 조금 부족하지 않는가라는 것이 평가단의 의견이었다.
교무행정사 전 학교 배치·소모적 전시성 행사 폐지 및 축소 등을 실천사항으로 내건 '가르칠 맛 나는 학교' 공약은 이행이 된다면 수업의 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교사들의 업무 경감으로 탄탄한 수업준비를 할 수 있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초중학생 입학생 전원에게 체육복 무상 지급 등을 담은 '교육비 걱정없는 복지학교'도 좋은 점수를 획득했다. 반면 두 공약은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따를 것으로 보여 난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장기 과제여서 임기 내 추진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지역민과 소통하는 학교'(학교시설을 지역민의 활동 공간으로 활용·초밀집 도심지역 신설학교 운동장 지하를 주민 주차장으로 제공 등)는 취지는 좋지만 학교 개방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 야간시간대 학교 개방으로 초래될 각종 안전사고 발생을 막기 위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맞춤 대안학교 운영'(청소년 전문 상담 인력풀 구성, 권역별 입학형 대안학교 개설 등)에 대해서는 구상은 참신하나 현실성은 낮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또 아이들이 안전한 행복한 등하교길 조성·지자체 및 경찰과 안전 스콜존 협의체 마련 등을 담은 '걱정 없는 안심학교'는 현재라도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어서 도교육감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이 거론됐다.
# 울산
■ 울산 김복만
- '안전시스템 구축' 시의적절…사업 예정 공약에 신선함 결여
김복만 후보의 '학생 안전 통합시스템 구축' 공약에 대해 매니페스토 평가단은 세월호 참사로 안전에 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제시한 것이어서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필요성에 비해 내실있는 실천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데다 재원 확보 방안 역시 피상적인 점은 아쉽다고 분석했다.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 건립'에 대해서는 문화 관련 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여건을 고려할 때 서둘러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이 사안은 울산지역 교육계의 숙원이기도 하다. 또 구체적인 추진 계획까지 제시한 점도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이미 사업 계획에 반영된 사안을 재정리한 것으로 보여 신선함은 떨어진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가정형 Wee센터 건립' 공약은 전반적으로 호평을 얻었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미혼모 등 위기 학생 보호를 위해 필요한 시설을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함께 제시한 점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평가단은 게다가 세부 운영계획까지 제시, 진정성과 실천의지가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선분야 마이스터고 설립'도 평가단의 반응이 좋았다. 재원 확보 방안 및 운영 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도 바람직했다. 다만 지역 산업수요에 맞는 기술인력 양성에 대한 적절한 추진계획이 빠진 것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학원자율정화위원회 운영'에는 비교적 낮은 점수가 매겨졌다. 학원의 불법 운영 등을 자율적으로 제어하자는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주요 공약 우선 순위에 포함시킬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는 의견이 많았다.
■ 울산 김석기
- '고교생 아침밥 챙기기' 참신하지만 세부계획 없어 논란
김석기 후보가 제시한 '울산학력 혁신 프로젝트 추진'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본지 매니페스토 평가단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고 추상적이라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울산지역 학생의 전국 대비 학력 수치나 인구 대비 학생 수 및 학교·학급 수, 교사 수 등 보다 구체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공약이 제시돼야 함에도 이런 점이 소홀하게 다뤄졌다는 지적이다.
'신뢰받는 청렴공직자상 확립'에 대해서도 꼭 필요한 공약이지만 이행 및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새로운 정책처럼 공약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서도 다소 박한 점수가 나왔다.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에 대해서는 시행에 앞서 선행돼야 할 점이 빠진 것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현실적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공약을 실현할 세부 계획이나 재원조달 방안이 첨부되지 않아서였다.
'새아침을 여는 울산교육'은 고교생의 아침밥을 챙기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어서 참신하고 이색적인 공약으로 호평을 받았다. 학생들의 건강권을 보호하면서 학력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정책을 거부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울산시교육청의 현재 재정 여건상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나왔다. 자칫 포퓰리즘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평가단은 '안전한 학교와 알찬교육복지 실현'과 관련해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예산 확보 계획이 없어 다소 빛이 바랜 공약이 되어 버렸다.
■ 울산 권오영
- '강서교육지원청 신설' 공감 속 편향된 정책 남발 지적
본지 매니페스토 평가단은 권오영 후보가 내세운 '울산형 창조교육으로 미래형 인재 육성' 공약에 대해 우선 호평을 했다. 그러나 너무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또 창조교육을 한다고 해서 교육이 지향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겠느냐며 이상주의적 사고를 꼬집기도 했다.
'미래를 여는 특색있는 교육으로 자립형 인재 육성'에 대해서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산업체 수요를 맞추면서 학생들의 취업 능력을 키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또 특성화 학교를 전폭 지원하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와 다른 학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울주군지역에 강서교육지원청 신설'은 추진의 시급성이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적극적으로 다뤄야 하는 사안으로 여겨졌다. 단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하는데다 재원 확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교육지원청 신설이 학생 등 교육수요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 거론됐다.
'교육재정 확보로 튼실한 학교 육성'은 다소 낮은 평가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추진하려는지가 애매한 데다 상투적인 느낌마저 들어 안일한 공약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필수 교육 인프라 확충으로 체류형 울산교육 기반 확보' 는 지역 우수 학생들이 외지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해석된다. 평가단은 이런 공약을 내건 것은 이해 하지만 핵심내용으로 덧붙인 국립종합대 유치, 통상전문대학원 설립 등은 교육감 업무로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 울산 정찬모
- '울산형 혁신학교' 긍정적…구체성 없어 '반쪽' 우려
정찬모 후보가 내세운 '울산형 혁신학교 설립' 공약은 지역의 교육환경 개혁을 위해 추진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또 최소의 비용으로 큰 파급효과가 일어날 수 있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대상이 되지 않는 일반학교는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혁신학교와 일반학교를 어떻게 연결해 교육혁신의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비전이 빠진 것은 아쉬움으로 여겨졌다.
'임기 내 초·중학교 100% 무상급식 실시'는 사업추진의 필요성과 시급성 면에서 해볼만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반면 사업 추진에 부정적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광역단체와 의견 조율이 남아 있는 데다 막대한 예산 확보 방안에 대한 설명이 없어 반쪽 공약이 되어 버렸다. 울산교육계를 위한 최우선 사업에 포함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본지 매니페스토 평가단은 '국·공립 유치원 확대' 공약에 관해서는 좋은 반응을 보였다. 이 분야에서 울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낙후되어 있어서다. 그러나 '저비용 고효율 사업'의 범주에 드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재원 조달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안전하고 문화가 있는 교육환경 조성' 공약은 많은 예산이 수반돼야 하는 것이어서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안전과 문화가 있는 교육환경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도 애매했다. '공교육체제 강화'는 취지는 좋지만 자사고 운영개선, 연합고사 폐지 등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부분이 담겨있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